허문회 감독의 첫 메시지 “우리는 모두 개인사업자…자신 위해 뛰자”

입력 2019-11-26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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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의 최하위. 2019년 롯데 자이언츠는 난파선이었다. 이제 키는 허문회 감독(47)에게 쥐어졌다. 그는 위축된 롯데 선수단의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걸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키움 히어로즈 수석코치로 한국시리즈까지 마친 허 감독은 1일 취임식을 가졌다. 이후 잠시 신변 정리 시간을 가진 뒤 13일부터 경남 김해시 상동구장에서 롯데 마무리캠프를 지켜보고 있다.

이대호(38)를 비롯한 고참 일부, 호주프로리그 질롱 코리아로 떠나는 선수들과 개인 미팅을 갖긴 했지만 선수단 전체 미팅은 자제했다. 그랬던 그가 25, 26일 이틀간 선수단 전체 미팅을 소집했다. 첫날 미팅은 강압적 지도가 만든 한국 스포츠의 부정적 실태를 모아둔 3분 분량의 영상으로 시작됐다. 이튿날에는 웨이트 트레이닝룸에서 체력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26일 상동에서 만난 허 감독은 “이틀의 미팅에서 강조한 건 없다. 그저 ‘난 이렇게 할 것’을 약속했을 뿐”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감독이 선수에게 ‘나만 믿고 따라와’라고 하는 시대는 지났다. 선수단에게 철학을 얘기하는 건 쉽다. 그걸 지키는 게 어려운 것”이라며 “감독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말을 지키는 걸 보이면 선수단의 마음도 움직이게 돼 있다. 그렇게 신뢰부터 쌓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허 감독이 2주간 지켜본 롯데 선수단은 어딘지 모르게 위축돼있었다. 2019시즌 최하위의 굴욕이 원인일 수도, 혹은 내부의 또 다른 문제가 있을 지도 모른다. 허 감독은 그 원인을 진단하고,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거듭 강조했다.

“팀 승리를 위해 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선수들은 모두가 개인 사업자다. 본인의 행복을 위해 뛰다보면 자연스럽게 팀 성적도, 개인 성적도 따라 온다. 선수들은 시즌 성적에 따라 연봉이 달라진다. 야구장에서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심지어 감독한테도 마찬가지다. 경기 중 그라운드 위에서는 감독이 선수를 통솔하는 ‘필드 매니저’지만, 딱 거기까지다. 물론 직책이 있으니 앞에서는 무슨 말이든 ‘예’라고 대답하겠지만, 그 안에 진정한 동의와 공감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진심이 담긴 대답이 나오는, 상향식 소통 구조를 만들고 싶다.”

대신 명확한 원칙도 있다. 실책이나 병살타 등 기술적인 부분이 만드는 아쉬움에 대해서는 질책하지 않지만 낫아웃 상황에서 1루까지 뛰기를 포기하는 등 원칙이 결여된 모습은 꼬집겠다는 허 감독이다. 그는 “선수들이 열심히, 즐겁게 뛰어다녔으면 좋겠다. 외부에서는 팀이 승리하면 ‘아, 저 팀이 열심히 했구나’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다. 기술적인 역량이 아무리 부족해도 해낼 수 있는 부분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으로 출항한 허문회 호. 손볼 곳이 많지만 허 감독은 기본부터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거인’의 틀부터 다지기 위해서다.

상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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