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4년만에 스크린 복귀한 이영애 “민낯으로 나를 찾은 소중한 시간”

입력 2019-11-2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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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봉한 영화 ‘나를 찾아줘’의 주연 이영애는 예의 단아한 모습으로 모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 영화 ‘나를 찾아줘’로 14년만에 스크린 복귀한 ‘엄마 이영애’

“엄마로,아내로 10년…지금이 돌아올 적기
실종 아동 다룬 영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촬영 내내 ‘아빠 찬스’…앞으로도 부탁해요
여배우가 아닌 배우인 나를 찾아가고 싶어”

이영애가 돌아왔다. 예상 밖 모습이다. 절대미각의 수라간 장금이, 눈두덩을 보라색으로 칠하고 “너나 잘 하세요”라며 냉소하던 친절한 금자씨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14년 만에 스크린에 나왔지만 용감하게도 민낯에 가깝다.

부스스한 머리카락, 반쯤 넋을 놓은 듯한 표정은 또 어떤가. 사실 그럴 만도 하다. 하나 뿐인 아들이 6년 전 실종됐고, 교사인 남편은 일도 팽개친 채 전국을 헤매다 교통사고까지 당한다. 더는 버틸 수 없는 순간, 아들을 봤다는 제보 전화가 걸려온다. 마지막 끈을 잡는 심정으로 외딴 바닷가 옆 낚시터로 향하는 엄마. 이영애가 찾은 새로운 얼굴이다.

영화 ‘나를 찾아줘’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실제로 초등학교 2학년인 쌍둥이 남매의 엄마인 이영애(48)는 실종 아동과 아동 학대 이슈를 다룬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제작 26컴퍼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했다. 작품에 참여해 문제를 알리고 공감대를 나누고 싶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을 온 몸으로 견뎌야 하는 엄마 정연은 그렇게 이영애와 만났다.

촬영을 마치고 녹초가 돼 집에 돌아올 때면 이영애는 두 아이를 붙잡고 ‘엄마 전화번호 잘 외우고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영화의 소재인 아동 학대 등 이야기를 단지 허구의 일로 치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더 필요한 사회”라고 말하는 이영애를 25일 서울 소공로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 “시간 훌쩍, 공백 실감 안나”

이영애가 주연영화를 내놓자 여기저기서 ‘14년 만의 복귀’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정작 그는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와 아내의 역할에 충실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며 “배우로 돌아오기에는 ‘늦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고 했다.

배우 이영애.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20∼30대에는 정말 원 없이 연기했어요. 성공과 실패를 떠나 해보지 않은 역할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30대 후반, ‘여기서 더 뭘 바랄까’ ‘그건 욕심이다’ 싶더라고요. 가정을 찾아 뿌리를 내렸습니다.”

출산과 육아로 10년 넘도록 일을 멈춘 여성들이 다시 직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들 앞엔 보통 ‘경력단절’의 위기가 닥친다. 배우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이영애도 녹록치 않은 현실의 고민을 거쳤다고 했다.

“30대 초반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가 있었는데 문득 ‘언젠가 나도 연기를 못할 텐데’, ‘다시 돌아오려면 단단히 뿌리를 내려야 할 텐데’ 싶더라고요. 그 뒤로 연기만 했어요. 실제로 10년 넘는 공백을 겪었고, 과거의 그런 결심 덕분인지 이렇게 돌아오게 됐습니다.”

남편의 응원도 힘이 됐다. “혼자 몸이 아니니 작품을 정할 때도 남편과 상의한다”는 그는 “촬영 내내 ‘아빠 찬스’를 썼다”고 말했다. 굳이 외조를 강조하는 이유에 그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해야 앞으로도 마음껏 연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웃음을 터트렸다.

배우 이영애.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 “얘들아, 엄마가 이영애야”

40대 후반, 다시 스크린에 나서는 배우 입장에서 ‘외모 고민’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껏 꾸며도 모자랄 판에 이영애는 영화에서 화장기 없는 민낯, 허름한 옷 한 벌로 버틴다.

“‘대장금’ 때도 다들 황진이처럼 예쁜 한복을 입는데 저만 수라간 나인 옷이었어요. 속상했어요.(웃음) 여배우 마음은 다 똑같아요. 그래도 이번 영화를 통해 내려놓길 잘했구나 싶어요. 이영애를 찾는 과정이었고, 앞으로도 여배우가 아닌 배우로서 저를 찾아가고 싶어요.”

마음껏 도전하고 싶다는 이영애는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도 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을 위해서다. 말이 나온 김에 물었다. ‘태어나보니 엄마가 이영애’인 두 아이들은 배우인 엄마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오랜만에 영화 시상식에 갔다 돌아가면서 딸에게 전화를 했더니 ‘왜 이렇게 일찍 오냐’면서 깜짝 놀라더라고요. 박소담 사인을 받아야지 그냥 왔다고. 하하! 그래서 제가 말했죠. ‘얘들아, 엄마가 이영애야∼’(웃음) 안 통하더라고요. 엄마는 그냥 엄마인 거죠.”

● 이영애

▲ 1971년 1월31일
▲ 1990년 투유 초콜릿 CF로 데뷔
▲ 1993년 한양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 1995년 드라마 ‘사랑과 결혼’
▲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 2003년 MBC 드라마 ‘대장금’·연기대상
▲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 2017년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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