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펭수’에 빠진 이유?…“상사에게 할 말 다하는 펭수, 통쾌해요”

입력 2019-11-2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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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나일론 12월호 화보를 찍은 펭수. 사진제공|나일론

■ 우리가 ‘펭수’에 빠진 이유? 팬들이 답했다!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한 ‘강강약약’
무성별·아이돌 연습생 설정도 매력적
SNS 직접 관리…팬들과 소통 공감대
라디오 제작진도 엄지척 ‘섭외 0순위’


“펭-하(펭수 하이)!” 동그란 눈에 노란 부리를 가진 10살배기 펭귄. “그룹 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을 꿈꾸며 한국으로 올 때에만 해도 이렇게 스타가 될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야말로 ‘펭수시대’다. EBS ‘자이언트 펭TV’를 무대 삼은 뒤 유튜브 계정에선 7개월 만에 27일 100만 구독자를 넘어섰다. EBS를 넘어 KBS·MBC·SBS 등에 출연하며 “지상파 통합”을 이뤘다. 팬들은 왜 왜 펭수에 열광할까. ‘후진 없는’ 입담·동병상련의 공감대 자극 등 다양한 이유가 나오지만 그 끝은 같다. “좋아하는 데 다른 이유가 필요해요?”

펭수가 7월27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팬사인회를 갖는 모습. 사진제공|EBS


● “강강약약(强强弱弱)”…할 말은 한다

EBS 사장인 “김명중!”은 펭수의 유행어 중 하나다. 사장의 이름도 거침없이 불러재끼는 모습은 직장인의 환호를 자아낸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박지현(20) 씨는 “상사 이름을 마구 외치는 걸 보면 상쾌한 기분이 든다”며 웃었다. 인스타그램 팬페이지 계정을 운영하는 황빛나(32) 씨도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유형의 사람들에 분노했는데 펭수는 ‘강강약약’의 전형이라 멋지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무성별’ ‘아이돌 연습생’ 등 각종 편견을 깨는 설정도 팬들이 꼽은 매력 포인트다. ‘안고독한 펭수’ 계정 운영자인 프리랜서 유혜림(31) 씨는 ‘선배’ 캐릭터 뚝딱이에게 “잔소리하지 말아주세요”라며 선을 긋는 펭수에 “착하기만 한 EBS 캐릭터의 전형성을 깼다”고 말했다. 신미림(27) 씨는 “젠더 갈등 등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 나온 ‘젠더리스(성별 구분이 없는)’ 캐릭터란 점도 의미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런 펭수의 매력에 40대 직장인들도 빠져들었다. 회사원 조윤희(42) 씨는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않고 실수를 금방 사과하는 모습에 반했다”고 고백했다. 충북 청주에서 자영업을 하는 황구오(가명·40) 씨는 “하기 싫은 것, 불편한 것을 바로 말하는 펭수가 부럽기도 해 ‘웃픈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펭수가 9월19일 유튜브 계정 '자이언트 펭TV'에 공개된 'EBS 육상대회'에 출연한 모습. 사진제공|EBS


● “날 보는 것 같아”…공감대 자극

스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각종 오디션에 쉬지 않고 응하는 노력은 치열하게 사는 어른들의 마음을 울렸다. 전북 정읍의 늦깎이 대학생 김혜미(38) 씨는 “부모님이 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달래며 목표를 위해 달리는 펭수에 ‘동병상련’을 느낀다”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나!”라는 펭수의 말에 스스로를 돌아봤다는 이들도 있다. 연예기획사에 근무하는 김지유(33)씨는 “펭수처럼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수원의 교사 유진(30) 씨도 “유연한 사고를 하는 펭수가 ‘본연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소통으로 팬들과 폭 넓은 공감대를 쌓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부산의 대학생 지예지(25) 씨는 “인스타그램도 직접 관리하고 팬들과 다이렉트 메시지로 소통하는 등 팬 서비스에서 진심이 느껴진다”며 감동했다.

펭수가 10월23일 MBC 표준FM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에 출연한 모습. 사진제공|MBC


● 방송가도 “펭수 감동”

센스 있는 입담에 재치를 지닌 펭수는 라디오와 TV를 막론하고 최근 ‘섭외 0순위’로 떠올랐다. 그와 호흡을 맞춘 제작진의 후기도 ‘칭찬일색’이다. 펭수가 10월23일 출연한 MBC 표준FM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의 하정민 PD는 “조연출이 ‘신청곡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방송을 짜고 해요? 진정성 있게 해요’라고 말했다”면서 “제작진 모두가 아주 큰 깨달음을 얻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톱스타들도 푹 빠졌다. 연기자 박보영은 12일 V라이브에서 펭수를 “내 힐링 넘버원”으로 꼽았다. 연기자 박정민은 2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시동’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펭수야, 100만 구독자 달성 축하해. 영상도 다 보고 댓글도 달았어”라고 공개 고백(?)해 화제가 됐다.

‘펭수 다이어리’ 출시 소식이 전해진 28일 오전 500여 명의 팬들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 ‘안고독한 펭수’ 계정의 열기는 뜨거웠다. “펭수가 톱스타가 되니 우리도 덩덜아 바쁘다”며 ‘기쁨의 비명’을 지르는 이들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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