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강원, 킹 메이커? 누가 승점을 편하게 준다 했나

입력 2019-11-29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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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김기동 감독(왼쪽)-강원 김병수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의도하지 않았는데 ‘왕좌의 게임’에 휘말린 팀들이 있다. K리그1 ‘전통의 명문’ 포항 스틸러스와 도민구단 강원FC의 처지다.

포항과 강원은 다음달 1일 열릴 ‘하나원큐 K리그1 2019’ 최종전(38라운드)에서 각각 울산 현대, 전북 현대와 원정경기를 갖는다. 축구계에서 주목하는 진짜 이유가 있다. 울산종합운동장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우승 클럽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올 시즌 내내 치열한 선두 각축전을 벌인 울산과 전북은 결코 여유롭지 않다. 37라운드까지 승점 79를 쌓은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2005년 이후 14년 만의 정상 등극에 성공할 수 있으나 상대가 하필 포항이다.

울산에게 포항은 굉장히 껄끄러운 상대다. 특히 6년 전, 승점 2 앞서 선두를 달린 울산은 안방 최종전에서 2위 포항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후반 막판, 그것도 종료휘슬이 울리기 직전 터진 한 방에 주저앉아 다 잡은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자신들의 안방에서 드라마틱한 역전 우승에 환호하는 포항의 환희를 뒤로 한 울산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물론 올 시즌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포항은 우승경쟁에 나서지 못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티켓 확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동해안 더비’ 자체가 포항에게는 전쟁이다. 전반기까지 하위권을 헤매던 포항은 극적으로 파이널 라운드 그룹A(1~6위)에 진입했고, 끈끈한 저력을 과시하며 지금의 위치에 섰다.

정신무장도 단단하다. 주말 FC서울 원정을 대승으로 마친 포항 선수단은 짧은 휴식을 취한 뒤 26일부터 맹훈련을 진행 중이다. 송라 클럽하우스가 그라운드 보수에 돌입해 홈구장 포항스틸야드에서 담금질하고 있다.

소집일 오전 구단에서 마련한 김장 봉사활동을 전개했지만 분위기는 여유와 거리가 멀다. “우승도, ACL도 어렵지만 울산의 우승 세리머니는 봐줄 수 없다”는 다부진 각오다. 포항의 한 베테랑 선수는 “우린 프로다.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다. 울산은 우리를 넘어 트로피를 가져가면 된다”고 했다. 올 시즌 울산은 4패를 당했는데, 이 중 두 번을 포항에게 내줬다. 또 포항은 18골로 타가트(수원 삼성·20골)에 이어 득점 2위를 달린 울산 주니오의 득점왕 등극까지 막아야 한다.

강원의 생각도 포항과 다르지 않다. 요즘 흔히 등장하는 ‘전북이 반드시 이기고, 울산이 (포항에) 져야 뒤집기 우승이 가능하다’는 표현이 결코 달갑지 않다. ACL 티켓 쟁탈전에선 일찌감치 밀렸어도 리드미컬한 플레이로 ‘축구 보는’ 재미를 불어넣었던 김병수 감독의 강원도 총력전을 준비했다. “울산-포항전은 관심 없다. 우승이 누구인지 알 필요 없다. 그냥 우린 전북을 잡고 ‘유종의 미’를 거둘 생각“이라는 강원 선수단이다.

실제로 강원은 3월 전주에서 전북을 1-0으로 잡은 기억이 있다. 시즌 전적도 1승1무1패로 팽팽했다. 전북은 강원에 제대로 승점을 쌓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 기적을 연출하려면 일단 전북은 강원부터 넘어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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