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감독 무리뉴(왼쪽)와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토트넘은 8일(한국시간) 번리와 2019~2020시즌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홈경기에서 5-0으로 크게 이겼다. 손흥민은 이날 풀타임 출전하며 1골·1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전반 32분 역습상황에서 수비지역부터 단독 드리블하며 상대를 추풍낙엽처럼 무너뜨린데 이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팀의 3번째 골을 침착하게 넣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찬사가 쏟아졌다. 외신들은 “이번 시즌 최고의 골”, “세기의 골”이라고 치켜세웠다. 손흥민의 골은 1996년 AC밀란(이탈리아) 소속이던 조지 웨아(라이베리아)가 베로나와 경기에서 터뜨린 80m 드리블에 이은 골이나 1986년 멕시코월드컵 당시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가 예술적인 드리블로 잉글랜드를 상대로 기록한 전설적인 골에 비견됐다.
무리뉴 감독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내 아들은 이전부터 손흥민을 손나우두(손흥민+호나우두)라고 불렀다. 오늘 손흥민은 손나우두였다”고 했다. 호나우두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았던 브라질대표팀 스트라이커다. 무리뉴 감독과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당시 통역 겸 코치를 맡았다. 무리뉴 감독은 “1996년 바르셀로나에서 바비 롭슨 감독 옆에 앉아서 봤던 호나우두의 골이 떠오른다”면서 “호나우두가 미드필드 뒤에서부터 돌파해 골을 넣은 것과 오늘 손흥민의 골이 닮았다. 놀라운 골이었다”고 했다.
‘손흥민은 경기마다 전력을 다하고 태도도 훌륭하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선수인가?’라는 기자회견장 질문에 무리뉴 감독은 “외부인의 관점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이 있었다.몇몇 감독으로부터 이런 경험을 들었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과 박지성에 관해 이야기한 것도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마도 문화적인 특징인 것 같다.한국 선수들은 관리하기가 정말 좋다. 배우기를 좋아하고 상당히 겸손하다. 손흥민과의 경험은 정말 환상적이다. 전날에는 손흥민의 부모님을 만났다. 손흥민이 그런 태도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환상적인 선수이고, 나를 행복하게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달 말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에 대해 “토트넘에 온 지 열흘 정도 됐는데, 그 친구와 사랑에 빠졌다. 손흥민과 3~5년간 같이 했던 사람들의 기분을 알 것 같다. 그는 환상적인 선수이자 환상적인 사람이다. 구단 구성원 모두가 그를 좋아한다”며 두터운 신뢰를 보낸 바 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