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FA 우선협상기간인데…‘대화 없는’ 대구와 조현우, 이게 최선인가?

입력 2019-12-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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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조현우.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 대구FC가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가대표팀 수문장 조현우(28)와의 불편한 관계(?) 탓이다. 2013년부터 7시즌을 동행한 대구와의 계약이 31일 만료되면 조현우는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는다.

K리그 규정상 FA 예정자는 올해 마지막 날까지 소속 팀과 우선 교섭을 하고, 재계약이 안 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2월 29일까지 소속 팀을 비롯한 K리그 전 구단들과 자유롭게 교섭할 수 있다.

그런데 대구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선수 측과 연락이 전혀 닿지 않는다. 조현우는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금메달로 취득한 병역 특례 조건인 기초 군사훈련을 위해 23일 훈련소에 입소했다. 그 전에도 대구는 선수는 물론, 대리인과도 접촉하지 못했다. 수차례 전화 시도 모두 실패했다.

이 와중에 여러 팀들이 행선지로 등장했다. 일본 J리그 가시와 레이솔의 러브 콜을 받는 김승규(29)의 이탈이 유력한 울산 현대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물론 ‘공식 협상’은 아니다. 혹여 사실이라도 전면 부인해야 한다. FA 협상 규정 위반이기 때문이다.

대구도 이적시장 동향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다. 알아도 눈감을 뿐이다. 새해가 밝으면 조현우는 보상금 3억 원을 대구에 지불할 팀을 찾을 경우 이적이 가능하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대구의 연락을 받지 않는 배경에는 ‘시간은 내 편’이란 인식이 깔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구 조현우.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와 조현우의 마지막 대화는 지난달이었다. 이 자리에서 대구 조광래 사장은 깜짝 놀랄 만한 ‘최고 대우’를 보장했는데, “(주변과) 상의하고 연락 한다”던 선수는 우선협상 마감이 임박한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물론 이적을 원하는 FA 취득 예정자 대부분 거의 비슷한 태도를 취한다. 그래도 조현우는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과거 약속이 있다. 그는 지난해 AG 출전 조건으로 “1년 이상 재계약”을 제안한 구단의 뜻을 따르기로 했는데 끝내 지키지 않았다.

AG는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가 아니라 의무 차출이 아니다. 조현우는 꼴찌 다툼에 휘말렸음에도 김학범 감독의 요청에 응답한 구단 배려로 ‘와일드카드(24세 이상)’ 멤버로 선발됐다. 조현우의 AG 금메달로 대구가 얻은 이익은 없다. 오히려 올해 선수의 해외 진출 추진에 적극 협조했다. 대구는 한순간도 조현우의 K리그 내 이적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

혹자는 말한다. 선수를 믿고 문서가 아닌 구두 약속을 한 구단의 귀책도 크다고. 그러나 조현우 역시 자신의 성장을 도운 대구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 점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구의 상처가 깊은 상황에서 조현우의 잔류는 불가능해 보인다. 단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지금처럼 대화 없이 시간만 보내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대구는 물론, 어쩌면 새 둥지가 될 울산 등에게도 당혹감을 줄 뿐이다. 스타라면 마지막까지 깔끔해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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