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역전’ AG 금메달 김학범 감독, 올림픽 도전에서도 웃을까

입력 2020-01-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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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김학범 감독이 또 한번 인생을 건 도전에 나선다.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위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정복을 시작한다. 김 감독은 대표팀의 9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확정짓고 201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적을 다시 연출할 수 있을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태극마크는 언감생심이었다. 프로무대 경험조차 없었다. 가난 때문에 굶지 않기 위해 축구를 시작한 뒤 대학(명지대)을 졸업하고, 실업팀(국민은행)에서 8년간 뛴 게 선수 이력의 전부였다. 은퇴 이후엔 은행원으로 일했다.

하지만 그는 천생 축구인이었다. 코치로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틈만 나면 유럽이나 남미로 건너가 선진축구를 배웠다. 학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40대 중반까지 공부해 박사학위를 땄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2005년부터 4년간 성남 일화(현 성남FC) 사령탑을 지내며 정규리그 우승(2006년)을 차지하는 등 지도자로서 명성을 쌓았다. 상대 분석에 능하고, 선수 관리가 탁월하다는 평가 속에 선수 시절 무명의 설움을 씻어냈다.

꽃을 활짝 피운 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처음으로 연령별 대표팀을 맡은 기쁨도 잠시, 개막 이전부터 ‘인맥 엔트리’ 논란으로 비난이 쏟아졌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축구인생도 끝장날 판이었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그는 꿋꿋했다. 결국 우승으로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짜릿했던 ‘인생 역전’은 그렇게 한국축구를 춤추게 했다.

파란만장한 스토리의 주인공은 김학범 감독(60)이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맡고 있는 김 감독은 올해 또 한번 인생을 건 도전에 나선다. 이번엔 올림픽 무대다. 올림픽과는 과거 인연이 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당시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러시아) 밑에서 코치로 일했다. 이번엔 모든 책임을 짊어진 감독이다.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챔피언십이 8일 태국에서 개막한 가운데 한국은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린다. 2014년 시작된 이 대회는 2016년 대회부터 올림픽 예선을 겸하고 있다. 한국은 2016년 대회 때 준우승으로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이번 대회는 16팀이 4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 2위 팀이 8강에 올라 토너먼트를 갖는다. 도쿄올림픽에 걸린 아시아 티켓은 4장이다. 자동 출전하는 개최국 일본을 제외하고 나머지 3장이 결정된다. 따라서 일본을 빼고 3위 안에 들어야만 본선 무대를 밟는다.

C조의 한국은 중국(한국시간 9일 오후 10시 15분) 이란(12일 오후 7시 15분) 우즈베키스탄(15일 오후 7시 15분)과 차례로 맞붙는다.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첫 경기 중국전부터 잘 넘어야한다. 토너먼트에서는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마주할 수도 있다. 베트남은 D조에서 북한, 요르단, UAE와 경합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 대결도 가능하다.

한국은 이강인(발렌시아)과 백승호(다름슈타트)의 합류가 불발됐지만 스쿼드는 빈틈없다. 조직력도 잘 갖춰졌다. 김 감독은 지난달 말 출국에 앞서 “모든 힘을 다해 올림픽 티켓을 가져 오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과 함께 김 감독의 도전도 계속될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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