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 챔피언십] 이란전 결승골 조규성 ‘황의조의 길’ 따라갈까

입력 2020-01-13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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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3 남자대표팀 조규성.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대개의 골 세리머니는 격정적이다. 축구의 승부가 골로 갈리는데, 그 골이 터졌으니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끓어오르는 감정을 온 몸으로 표출하는 건 자연스럽다. 특히 감정 추스르기가 쉽지 않은 젊은 선수일수록 더욱 요란할 법하다.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2차전 이란전(12일)에서 결승골(한국 2-1 승)을 넣은 조규성(22·안양)은 조금 달랐다. 아크 부근에서 터뜨린 그의 왼발 터닝슛은 상대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할 정도로 강하고 정확했다. 그것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더 인상적인 건 그 다음이었다. 골을 확인한 뒤 제자리에 서서 그냥 양 팔을 벌린 채 가볍게 흔든 게 전부였다. 국제대회에서 골 사냥에 성공한 공격수의 몸짓치고는 너무나 밋밋했다. 하지만 그 무미건조한 세리머니가 압권이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선 당당함이 풍겨 나왔고, 그게 오히려 화제가 됐다.

이날 조규성의 선발은 김학범 감독의 승부수였다. 1차전 중국전에서 이기긴 했지만 경기력이 부진했다고 판단한 김 감독은 이란전에선 무려 7명을 교체했다. 그 중 한명이 스트라이커 조규성이다. 그는 1차전 선발 오세훈(상주)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193cm의 오세훈이 전형적인 타깃형이라면, 185cm의 조규성은 활동 범위가 넓은 공격수다. 또 전방 압박과 배후 침투능력이 뛰어나다. 조규성은 이날 벤치의 기대대로 주도권을 확실하게 거머쥐는 환상적인 골로 한국의 조기 8강행에 힘을 보탰다.

조규성을 두고 ‘제2의 황의조’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김학범 감독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황의조(보르도)를 뽑아 잠재력을 폭발시킨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 덕분에 황의조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도 발탁됐다. 이번 U-23 대표팀에서 그런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가 조규성이라는 평가가 자자하다.

조규성은 이미 K리그2(2부 리그)에서 검증을 마쳤다. 33경기 출전 14골·4도움을 기록한 지난 시즌 안양의 최대 히트상품이었다. 게다가 K리그1(1부 리그)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의 러브 콜을 받고 이적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조규성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공격수로 전환한 건 대학교 2학년 때다. 변신을 이끈 지도자는 광주대 이승원 감독이다. 이 감독은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조)규성이가 미드필더로서 빠른 발을 가진 건 아니다. 반면 공중 볼에 능하고 부지런하다. 그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포지션을 공격수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낯선 포지션은 만만치 않았다. 1년 동안 득점한 게 2~3골에 불과했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하지만 차츰 적응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이 감독은 “프로에 가면 성장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이 감독의 예상대로 안양에 입단한 조규성은 프로 첫 해 스트라이커로 안착했다. 이 감독은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다. 또 받아들이는 자세가 적극적이다”고 칭찬했다.

이 감독은 조규성과 황의조는 다른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황의조가 순간적인 폭발력과 결정력이 강한 스타일이라면 조규성은 공중 볼과 지구력, 체력에서 강점이 있는 공격수다. 스트라이커치고는 뛰는 양이 엄청나다”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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