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하지 않겠다” SK 서진용이 받아든 감동의 계약서

입력 2020-01-15 09: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K 서진용은 지난해 72경기에서 33홀드,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해 불펜의 핵심이 됐다. 그 덕분에 9000만 원이었던 연봉이 2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서진용은 “주위에서도 내가 올라가면 편하고 든든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스포츠동아 DB

“뭉클했죠.”

마운드 핵심 전력으로 우뚝 섰다. SK 와이번스 필승조 서진용(28)은 새 시즌 연봉 2억 원이 적힌 계약서를 받아들고 벅찬 감정을 느꼈다.

서진용의 비 시즌은 사뭇 달라졌다. 우선 데뷔 후 처음으로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지 않았다. 유망주로 지내온 시간이 길었던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장난 섞인 이야기로 “더 이상 마무리 캠프에 가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곤 했다. 그리고 프로 9년차였던 2019시즌 72경기 평균자책점 2.38로 33홀드(리그 2위)를 따내며 커리어 하이를 작성한 서진용에겐 더 이상 보충 수업이 필요하지 않았다. 개인 한 시즌 최다 68이닝을 던지며 고생한 대가로 달콤한 휴식을 받았다.

팀의 대우에도 큰 변화가 따랐다. 2020시즌 2억 원을 받고 뛰는 고액 연봉자가 됐다. 2019년과 비교하면 연봉 1억1000만 원이 대폭 인상됐다.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서진용이 2억을 받는다고?’라며 스스로에게 되묻기도 했다. “SK에 입단해 어린 나이에 수술을 받았다. 이후 지나온 모든 과정들이 떠올랐다”던 서진용은 “많이 늦었지만, 괜히 뭉클해지면서도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아들에게 어머니는 “고생했다. 장하다”며 함께 기뻐했다.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가족과 함께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바로 지금의 서진용을 있게 한 SK 스카우트그룹 허정욱 매니저다. 프로 지명을 기대하지 못했던 서진용은 2011년 신인드래프트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잠재력을 알아본 허 매니저 덕분에 서진용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1라운드 7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직후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상무에 입대했던 서진용은 1군 데뷔까지도 꼬박 4년이 걸렸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제 기량을 온전히 발휘해내기까지 들인 인고의 시간은 더욱 길었다.

서진용은 “주위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그 중에서도 나를 뽑아준 허정욱 스카우트님이 가장 생각났다. 나 때문에 고생을 참 많이 하셨다”며 “정말 감사하게도 나의 잠재력을 알아봐주셨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프로에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아울러 “나 뿐만 아니라 (김)태훈, (박)종훈이 형을 다 뽑아주신 분이다. 올 시즌 셋이 모두 잘 하고 있을 때 ‘너희가 잘 하는 걸 봐서 정말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더 생각이 많이 났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믿음을 주는 투수가 되고 싶다”던 서진용은 꿈을 이뤘다. 이제 서진용이 마운드에 오르면 동료들은 ‘든든하다. 이미 막았다’고 느낀다. “안타도, 홈런도 많이 맞아가며 수없이 실패를 해봤다”고 되짚은 그는 “내 공에 집중해서 편하게 던졌고 좋은 결과가 따르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이렇게 진짜 강심장이 됐다. “과거에는 겉으로 괜찮다고 하면서도 늘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고백한 서진용은 “이제 어떤 위기 상황이 와도 차분하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 무사만루에도 맞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혹여나 타자에게 하나 맞더라도 정말 괜찮다. ‘어떻게 되든 다시 해보자’라는 막연한 생각이 ‘한 번 더 제대로 해보자’는 구체적인 다짐으로 완벽히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키움 히어로즈 사령탑으로 떠난 손혁 감독에게서 큰 도움을 받았다. 2019시즌까지 SK 투수 코치로 지낸 손 감독은 서진용의 특급 조력자 역할을 했다. 서진용은 “불펜에서 최상덕 코치님도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손 코치님이 늘 ‘나를 믿어라. 내가 책임지겠다’며 챙겨주셨다. 내가 지난 1년 동안 잘 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신, 정말 잊지 못할 코치님”이라고 했다. 새 시즌부터는 동료가 아닌 적으로 만나게 됐다. 이제 둘은 “살살 하라”는 은근한 신경전과 함께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단숨에 고액 연봉자 대열에 합류하게 됐지만, 마음가짐은 달라진 것이 없다. “한 해 잘 던져서 연봉이 오른 것으로 자만할 필요가 없다”며 자세를 낮추는 서진용이다. 이어 그는 “2019년에는 부상 없이 풀타임을 뛰고 싶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홀드도 생각 이상으로 많이 했다”며 “2020년에도 똑같은 마음이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아프지 않고 꾸준히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인천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