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스토브리그의 트렌드, 다년계약을 허하라!

입력 2020-01-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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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보경(왼쪽)-홍정호. 스포츠동아DB

K리그의 겨울은 축구 팬들에게 답답한 시기다. 하지만 긴 시즌을 마무리한 모든 구단들은 답답함을 느낄 새 없다. K리그1·2를 망라하고 가장 치열한 머리싸움이 이어지고, 밤낮 없이 업무를 봐야 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흔히 스토브리그로 불리는 선수이적시장은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열리지만 새 시즌 농사를 위한 대부분 선수단 재정비 작업이 이 무렵 집중된다. 휴식기를 맞은 선수의 입장을 대신할 에이전트와 각 구단 운영 담당자들은 이적과 임대, 계약연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협상 테이블을 열어 눈치싸움을 벌인다.

이번 겨울은 지난해에 비해 쏠쏠한 이슈가 많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1차전이 2월 11~12일 열리고, 정규리그 1라운드가 2월 29일 개막하는 등 전체적인 2020시즌 스케줄이 앞당겨져 대부분의 팀들이 서두른 결과다.

이 과정에서 대어급 선수들의 소식이 자주 들려왔다.

스토브리그 중심에는 리그 3연패에 성공한 전북 현대가 자리했다. 지난 시즌 K리그1 최우수선수(MVP) 김보경(31)과 2년 간 임대로 활용한 홍정호(31)를 완전 영입했다. 지난 연말 계약이 만료된 국가대표 오른쪽 풀백 이용(34), 강원FC 이적설이 나돈 이주용(28)과도 재계약했다. 2019시즌을 울산 현대에서 보낸 김보경을 제외한 나머지는 잔류였지만 ‘이적’ 못지않게 임팩트가 컸다.

김병수 감독의 강원의 행보도 놀라웠다. 전북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공격수 고무열(30)과 중앙수비수 임채민(30)을 데려와 최전선과 뒷문을 두루 보강했다. 성남FC도 ‘셀링 클럽’ 이미지를 확실히 버렸다. 골키퍼 김동준(26)을 K리그2 대전 하나시티즌으로 넘겼으나 권순형(34), 임선영(32·이상 성남)을 데려와 알찬 수확을 올렸다.

K리그2도 뜨거웠다. 강등의 아픔을 맛본 경남FC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 시즌 사상 처음 도전한 ACL을 위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커리어를 쌓은 조던 머치(잉글랜드) 등을 데려오며 신선한 충격을 준 경남은 설기현 신임 감독이 오래 전부터 눈독 들인 울산 황일수(33)와 수원FC 출신 백성동(29) 등을 영입해 강한 재도약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데 여기에는 큰 공통분모가 있다. 베테랑에 대한 예우다. 이는 단순한 연봉과 금전적 조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계약기간에 정성을 쏟았다. 김보경·홍정호·이용·이주용 모두 전북에서 3~4년(옵션 포함)을 보장받았다. 고무열·임채민 또한 3년 이상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선영과 황일수, 백성동 모두 3년으로 파악됐다.

사실 20대 초·중반의 영건이 아닌, 베테랑들과 3년 이상의 다년계약을 진행하는 건 구단 입장에서 꺼려지는 작업이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안정감을 줄 수 있다. 특히 은퇴를 준비하거나 제2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점에선 급여를 덜 받더라도 긴 계약을 추진하는 경향이 짙다. 유럽 여정을 마친 박주호(33·울산)가 2018시즌을 앞두고 K리그로 향할 때 우선시한 조건도 계약기간이었다.

한 중견 에이전트는 “부상 등으로 전열을 이탈할 경우, 또 추후 되팔 때를 생각하면 분명 구단은 리스크를 안고 있으나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주게 돼 그만큼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 잃는 만큼 얻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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