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호. 사진|스포츠동아DB
그런 의미에서 KT 위즈의 2차 2라운드 지명을 받은 천성호(23·단국대 졸)에게 관심이 쏠린다. 2020년 대졸 전체 1순위였다. 타 구단에서도 3라운드 안팎에서 지명을 염두에 둔 카드였는데 KT의 선택은 과감했다. 호명 직후 드래프트장이 잠시간 술렁였던 이유다. 이숭용 단장은 지명 직후 “작전수행 및 도루 능력을 갖춘 자원이다. 내야에서 멀티 포지션 소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대는 여전하다. KT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신인 4명을 포함시켰는데 천성호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출국을 앞두고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천성호는 “명단 포함 소식을 듣고 떨렸다. 미국에 가서는 감독님, 코치님, 선배님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10월 중순에 전국체전이 끝나며 단국대의 시즌은 끝났다. 천성호는 11월부터 세 달간 웨이트 위주로 개인 훈련에 매진했다.
진흥고 2학년 때부터 천성호는 대학 진학을 염두에 뒀다. 스스로 힘과 기술 모든 면에서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4년을 더 배워 조금이라도 높은 지명을 받자’고 일찌감치 생각했기 때문에 고교 졸업 당시 육성선수의 문을 시도조차 안 했다.
그 4년의 투자는 ‘대박’이었다. 천성호는 대학리그 내야수 최대어로 평가받았다. 3루와 유격수를 오가며 수비와 일발장타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스로 꼽은 비결은 ‘자율’이었다. 훈련을 안 하면 불안함을 느끼는 타입이기 때문에 자신의 것을 알아서 찾은 게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자평이다.
애리조나 캠프 기간 중 가장 배우고 싶은 선배를 물었다. 천성호는 “유한준 선배님의 루틴 이야기를 학생 때부터 많이 들었다. 야구장 밖에서의 생활까지도 배우고 싶다”고 답을 했다. 말을 마친 직후 “내야수로서 (박)경수 선배의 야구를 보며 자랐다. 기본적인 것부터 실전에서 필요한 노하우까지 여쭤볼 게 많다”고 답했고, 이내 “롤모델이 (심)우준 선배인데…. 우준 선배께도 배울 게 많다”고 덧붙였다. 천성호는 “솔직히 모든 선배님들에게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한두 명을 꼽기는 너무 힘들다. 팀의 모든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적극적으로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목표는 당연히 신인왕이다. 입단 동기 소형준, 강현우 등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려있지만 “신인왕 경쟁은 시즌이 시작돼야 시작된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우선은 캠프 완주, 그 다음은 시범경기 출장, 개막 엔트리, 1군 잔류 등 한 발씩 밟아나가겠다는 각오다.
입단 직후 KT 팬들은 천성호에게 사인을 받는 등 벌써부터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천성호의 사인은 아버지가 직접 만들어줬다. 아버지가 뿌듯할 만큼 많은 사인을 해드리는 스타가 될 수 있을까. 대학 최대어의 도전이 시작됐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