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안 찍는’ 구자욱과 ‘요지부동’ 삼성, 둘 다 할 말은 있다

입력 2020-02-0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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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구자욱의 연봉 협상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구단은 성적 하락에 따른 삭감을 선택했지만, 선수 본인은 과거 연봉 협상에서의 ‘희생’을 강조하며 이번만큼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다. 스포츠동아DB

둘 다 할 말은 있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27)은 팀의 주축 선수임에도 4일 현재 1군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가 아닌 경산볼파크(2군 캠프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0시즌 팀 내 연봉 계약 대상자 가운데 유일하게 사인하지 않은 까닭이다.

구자욱은 삼성의 현재이자 미래다. 1군 데뷔 첫해인 2015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4년 연속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했고, 2017~2018시즌에는 2년 연속 3할·20홈런·80타점을 넘기며 삼성을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수비 불안에 따른 우려가 있었지만, 우익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서 안정감이 생겼다. 2014시즌 2700만 원이었던 연봉도 2019시즌 3억 원까지 껑충 뛰었다.


● 구자욱의 입장

2018시즌까지 구자욱의 퍼포먼스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꾸준했다. 21홈런, 107타점을 기록한 2017시즌을 기점으로 장타력 향상에 비중을 두면서도 타율이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2018시즌에도 타율 0.333, 20홈런, 8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4년간 한결같은 성적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믿음이 확실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연봉인상 폭이 ‘파격’이라고 할 정도로 크진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2015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직후인 2016시즌 8000만 원을 받았고, 2017시즌 1억6000만 원, 2018시즌 2억5000만 원, 2019시즌 3억 원의 연봉에 사인했다. 이 기간에 팀이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한 것도 큰 폭의 인상을 가로막은 요인이었다. 구자욱은 그 상황을 이해했다.

2019시즌은 분명 아쉬웠다. 122경기에서 타율 0.267(475타수127안타), 15홈런, 71타점, 출루율 0.327의 성적을 거뒀다. 겉보기엔 평범한 성적이지만 냉정히 보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구단은 삭감안을 내밀었고, 구자욱은 이번에는 양보하지 않았다.


● 삼성의 입장

삼성 구단도 구자욱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구단 고위관계자는 “한창 성적이 수직 상승하던 시기에 연봉 인상폭이 적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성적이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연봉을 삭감하지 않는 것은 다른 선수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구단이 끌려가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구단은 선수들이 ‘버티면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이 경우 일찌감치 도장을 찍은 선수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구단이 최초 제시액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단관계자는 ”구자욱은 기량이 뛰어난 것은 물론 승부욕도 굉장히 강해 팀에 큰 힘이 되는 선수다. 연봉협상을 순조롭게 잘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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