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 스포츠동아DB
지난 해 2월, 부임 첫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던 이 감독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새로운 팀을 맡아 선수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던 상황. 유망주의 성장세, 베테랑의 기량 유지, 초보 사령탑으로서의 자신까지 모든 것이 물음표였다.
정확히 1년 뒤인 2020년 2월, 이번에도 미국 애리조나 투손의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캠프를 지휘 중인 이 감독의 표정은 지난해와 상반된다. 6일(한국시간) 캠프지에서 만난 이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와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선수들이 준비를 잘해온 것이 느껴진다”며 만족을 표했다. ‘3일 훈련·1일 휴식’ 시스템의 두 번째 턴에 접어들었을 뿐이지만 겨우내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투수진은 캠프 첫날인 1일(한국시간)부터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선수마다 투구수 차이는 있었지만 ‘외인 듀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윌리엄 쿠에바스를 제외한 모든 투수가 공을 뿌렸다. 5일에는 데스파이네, 쿠에바스도 불펜피칭에 나섰다. “캠프 첫날부터 불펜피칭을 소화할 몸을 만들어 오라”는 박승민 투수코치의 주문을 선수들이 충실히 이행한 것이다.
이 감독의 시선은 아무래도 새 얼굴에 향할 수밖에 없다. 2차 드래프트로 합류한 이보근부터 군 복무를 마치고 합류한 이창재, 안현준(개명 전 안상빈)에 주목했는데 괜찮은 인상을 받았다. 아울러 지난해 대만 가오슝 마무리캠프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뽐내며 5선발 후보로까지 떠오른 박세진도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마무리캠프 효과는 야수진에서 더욱 주효하다. 이 감독은 당시 20대 후반 내야수들의 타격 성장에 사활을 걸었다. 2020년은 물론 그 후 성적을 생각한다면 올해 이들이 잠재력을 터뜨려야 한다. KT 타격 훈련은 유한준, 황재균, 멜 로하스 주니어, 강백호, 박경수 등 주축이 1~2조로 편성된다. 3~4조에는 백업이 포진하는데, 이들 간 격차가 상당히 줄었다는 평가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1군 자원으로만 소화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팀 성적은 주전을 위협할 만한 백업, 즉 뎁스에서 갈린다. 김강 타격코치는 “결국 뎁스의 강화다. 지난해까지는 주축이 빠졌을 때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선수층 넓히기에 초점을 맞췄는데 조금씩 성과가 나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주전 라인업에서 하위타선 짜기도 어려웠던 KT였지만 점차 선택지가 넓어지는 분위기다. KT가 5강 도전 자신감은 한층 밀도가 높아진 뎁스에서 시작되고 있다.
투손(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