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4년차 멜 로하스 주니어(왼쪽부터)와 2년차 윌리엄 쿠에바스가 새 외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적응 도우미를 자처했다. 사진제공 | KT 위즈
KT는 지난해까지 활약했던 윌리엄 쿠에바스, 멜 로하스 주니어에 새 외인 투수 데스파이네까지 영입했다. 데스파이네는 2014년 샌디에이고에서 메이저리그(ML) 생활을 시작해 볼티모어~마이애미 등을 거치며 109경기에서 13승26패,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했다. 기량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데다 ML 경력이 적잖지만 KBO리그 적응은 또 다른 문제다.
외국인 사정에 정통한 KT 운영팀 이충무 차장은 “10년 전만 해도 외국인 선수가 김치나 불고기를 먹으면 ‘적응력이 좋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식에 열린 마음을 가졌다고 해서 그 선수가 활약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며 “이제 외국인 선수의 관리와 적응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성격은 외인 적응 여부를 크게 좌우하는 요소다. KT도 2017년 조니 모넬처럼 자존심이 강해 삐딱한 태도로 일관하는 외인 탓에 골치를 앓은 바 있다. 이 차장은 “데스파이네는 ML 경력이 적잖음에도 예민한 타입은 아니다.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데스파이네는 ML 마이애미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쿠에바스는 물론 ‘캡틴’ 유한준에게도 수시로 조언을 얻고 있다. 유한준을 ‘까삐딴(주장을 뜻하는 captain의 스페인어 발음)’이라고 부르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KT, 그리고 KBO리그 선배인 쿠에바스와 로하스는 ‘스포츠동아’를 통해 데스파이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2017년 대체 외국인으로 KBO리그 무대를 밟아 어느덧 4년차가 된 로하스는 “타자 입장에서 KBO리그 적응을 위해 제일 중요한 건 타격존 설정이었다. 반대로 투수도 리그에 맞는 존을 형성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에바스는 “낯선 환경이다. ML에서보다 더 강한 멘탈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로하스는 “어느덧 KBO리그 4년차다. 선배로서 적응을 열심히 돕겠다”고 했으며, 쿠에바스는 “미국에서 그랬듯 함께 최선을 다해 KT의 성적에 기여하자”고 격려했다.
캠프지에 동행한 가족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아내 아를레니스와 두 살배기 아들 딜런 이제 생후 3개월의 멜라닌은 구단의 배려로 데스파이네와 함께 애리조나로 건너왔다. 낯선 환경에서 운동을 마친 뒤 숙소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심리적 안정 효과가 크다. 로하스와 쿠에바스는 휴식일에 데스파이네의 가족과 함께 한식당에서 조촐한 회식을 즐기기도 했다. 데스파이네의 가족들은 시즌 초반까지 한국에 동행할 예정이다. 데스파이네의 적응 여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를 위한 노력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투손(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