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7년 만에 우승감격·태극낭자 2020년 첫 승 수확

입력 2020-02-09 1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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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바람의 여신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2020 ISPS 한다 빅 오픈(총상금 110만 달러·약 13억 원) 우승자로 박희영(32·이수그룹)을 선택했다.

박희영은 9일 호주 빅토리아주 바원 헤즈의 13th 비치 골프링크스 비치코스(파 72·6276야드)에서 벌어진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4차 연장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3년 메뉴라이프 파이낸셜 우승 이후 7년 만이자 투어생활 13년 만의 통산 3승째. 우승상금은 16만5000달러(약 2억 원)다.

이번 대회는 LPGA 투어와 남자 유러피언투어가 동시에 벌어지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남녀 각각 144명이 참가해 2라운드 뒤 1차 컷, 3라운드 뒤 2차 컷을 통해 남녀 각각 상위 40명의 선수만 최종 라운드에 출전했다. 3라운드부터 불어온 엄청난 강풍에 많은 선수들이 울고 웃었다.

전날 강풍 속에서 2타를 줄이며 단독선두로 뛰어오른 조아연(19·볼빅)은 7번 홀까지만 해도 우승컵이 보이는 듯 했다. 1타차 경쟁자였던 마들렌 삭스트롬(스웨덴)이 초반에 무너지면서 12언더파 단독선두로 순항했다. 하지만 8번 홀부터 흔들렸다. 보기~더블보기~보기~더블보기를 하며 우승에서 멀어졌다. 최종합계 3언더파 공동 16위로 추락했다.

결국 박희영과 유소연(29·메디힐), 최혜진(21·롯데)이 합계 8언더파 281타로 최종라운드를 끝냈다. 4라운드 3언더파를 쳤던 최혜진은 다른 선수보다 2시간 먼저 경기를 끝낸 뒤에야 플레이오프 합류가 결정됐을 정도로 선두권 선수들은 바람에 줄줄이 무너졌다.

파5 18번 홀에서 우리 선수들끼리 벌어진 1차 플레이오프에서 3명은 나란히 버디를 기록했다. 2차 플레이오프에서 유소연이 먼저 탈락했다. 버디퍼트를 놓쳤다. 3차 연장전에서 최혜진과 박희영은 버디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7년 만에 우승을 노리던 박희영에게 기회의 여신이 4차전에서 미소를 지었다. 티샷에서 승패가 갈렸다. 최혜진이 티샷을 미스한데 이어 2번 째 샷마저 페어웨이로 빼내지 못했다. 그린을 노린 3번째 샷은 페널티지역 주변의 깊은 풀밭으로 들어갔다. 결국 최혜진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고 6번째 샷 만에 온 그린에 성공했다. 박희영은 2온에 실패했지만 차분히 파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의 순간을 즐겼다.

그는 지난 시즌 왼손목 부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해 다시 Q스쿨을 통과해야 했다. 한때 골프를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아직은 멈추고 싶지 않아서 다시 한 번 도전해보자”면서 스스로를 다잡았다. “이번 시즌 목표로 행복한 골프를 치는 것”이라고 했던 박희영은 “오늘 잘 치지는 못했지만 내 자신을 믿고 스코어카드를 보지 않고 눈앞에 있는 한 홀 한 홀마다 최선을 다하는 전략으로 경기했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한국여자골프는 LPGA투어 시즌 3번째 경기 만에 첫 우승을 신고했다.

한편 남자 대회인 유러피언투어 ISPS 빅 오픈에서는 교포 선수 이민우(21·호주)가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정상에 오르며 생애 첫 유럽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이민우는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이민지(24·호주)의 남동생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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