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농구대표팀 박지수(왼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중국의 장신 벽을 뚫지 못했다.
한국은 9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알렉산더 니코리치 홀에서 벌어진 2020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 B조 3차전에서 숙적 중국에 60-100로 대패하면서 최종예선 3경기를 1승2패성적으로 마쳤다.
높이의 열세에 체력적인 부담까지 고스란히 드러난 패배였다. 한국은 센터 박지수(198㎝)를 제외하고는 190㎝대 선수가 한 명도 없다. 190㎝ 이상의 장신이 5명이나 있는 중국에게 높이의 절대 열세에 있기 때문에 이기기 위해서는 한발 더 뛰어야 했다.
그러나 한발 더 뛸 체력이 없었다. 8일 영국과의 경기에서 모두 37분 이상을 뛰며 체력을 소진했던 박지수(1점·4리바운드), 배혜윤(9점·3리바운드), 김단비(7점), 박혜진(2점·5어시스트), 강이슬(2점) 등 주축선수들은 제 기량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의 이문규 감독은 영국과의 경기 후 “적극적으로 루즈볼을 잡고 한발 더 뛰면서 많은 공격기회를 가지고 가겠다”고 중국전에 대한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주축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많은 공격기회를 가져갈 수는 없었다. 애초 경기 플랜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설정된 채 치른 경기였기에 완패는 예견된 결과였다. 철저하게 공격 속도를 늦춰 상대 득점을 떨어뜨려야만 승산이 있는 경기였다.
한국은 전날 출전 하지 않았던 강아정(17점), 심성영(5점), 고아라(2점) 등이 경기 초반 분전하면서 1쿼터(13-19)는 접전을 펼쳤으나 효과가 오래가지는 않았다. 특히 박지수는 전날 피로누적으로 인한 여파가 역력했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 골밑 진입 자체를 하지 못했다.
이 감독이 3년째 고수하고 있는 2-3 지역방어도 효과가 없었다. 지난해 11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에서 한국에 80-81로 패한 바 있는 중국은 이에 대해 완벽하게 대비해 나섰다. 또한 체력이 떨어진 한국을 상대로 철저하게 속공을 펼치면서 리 멩(20점), 한 쉬(17점) 등이 손쉬운 득점을 올렸다.
한국으로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전반을 24-47로 크게 뒤진 한국은 3쿼터 배혜윤, 김단비를 앞세워 잠시 흐름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전반에 벌어진 격차가 너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