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애리조나 스토리] 끊임없는 웃음꽃, 한화 불펜은 성역이 아니다

입력 2020-02-10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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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한용덕 감독(오른쪽)의 스프링캠프 루틴은 타석에서 지켜보기다. 10일(한국시간)에도 이 루틴은 변하지 않았다.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한화 한용덕 감독(오른쪽)의 스프링캠프 루틴은 타석에서 지켜보기다. 10일(한국시간)에도 이 루틴은 변하지 않았다.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감독, 투수코치, 배터리코치까지…. 한화 이글스 스프링캠프의 불펜 배터박스에는 코칭스태프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켜보기’가 아니라 ‘경험하기’의 효과를 위해서다. 웃음꽃이 끊이질 않으며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는 덤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진행 중인 한화의 스프링캠프. 한용덕 한화 감독의 루틴은 ‘타석에 들어서기’다. 투수들이 불펜투구를 진행할 때 펑고배트를 든 채 직접 배터박스에 선다.

헬멧이나 다른 안전장비가 없어 위험할 것 같지만 “투수코치 때부터 해온 루틴”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10일(한국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이날은 워윅 서폴드, 채드 벨 외인 듀오를 제외한 대부분의 투수들이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한 감독은 이날도 번갈아가며 타석에 들어섰다. 투구가 몸쪽으로 바짝 붙어 아찔한 장면도 있었지만 루틴은 이어졌다. 한 감독은 “타석에서 보면 투수들의 볼끝까지 파악할 수 있다. 문제점이 보이면 바로 조언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루틴은 한 감독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차일목 배터리코치도 미트를 낀 채 배터박스와 포수 뒤편을 오갔다. 현역 시절 프레이밍에 정통했던 차 코치는 이날도 포수들에게 미트 활용법을 친절히 설명했다. 타석에서도 투수들의 습관을 파악해 포수진과 상의하는 장면도 있었다. 정민태 투수코치 역시 한 감독, 차 코치와 함께 타석에 들어서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진지한 훈련의 순간이지만 사이사이마다 웃음꽃이 만개했다. 코칭스태프는 격의 없는 농담으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정 코치는 “감독님이 계실 땐 강하게 던지더니 내가 오니까 대충 던지나”라는 말로 김이환의 긴장감을 끌어올렸으며 김진욱의 공이 몸쪽으로 바짝 붙자 “진욱아, 감정이 있으면 말로 해줘”라고 당부해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안전에 대해 걱정한다. 한화 관계자 역시 “감독님께서 행여 다치실까 걱정이 되긴 하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작 한 감독이 걱정하는 지점은 따로 있었다. 한 감독은 “여섯 명이 한 번에 불펜피칭을 하는데, 선수별로 투구수를 잘 계산해야 한다. 한 명 앞에만 오래 서있으면 다른 선수들이 질투할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타석에서의 두려움보다 그로 인한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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