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만 가오슝 등청후야구장에서 열린 대만 프로팀 중신 브라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키움 손혁 감독(왼쪽)과 홍원기 수석코치가 동반 인터뷰를 하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1973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초·중·고·대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가오슝(대만)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처음 만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단순히 야구가 좋아서, 또 함께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게 좋기만 한 그런 시절이었다.
성인이 되고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서도 함께였다. 어느덧 같이 맞춰 입은 유니폼은 4벌 째. 프로에 입문한 길은 달랐지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또다시 한 팀에서 만났다. 그리고 지도자 생활까지도 동행하는 중이다.
특별한 인연의 주인공은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47)과 홍원기 수석코치(47)다. 손 감독과 홍 코치는 충청남도 공주가 낳은 야구인들이다. 공주중동초~공주중~공주고~고려대학교 동기동창으로 무려 37년의 우정을 자랑한다.
두산 베어스에서 현역 생활까지 함께 했던 둘은 히어로즈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다시 만났다. 손 감독이 SK 와이번스 투수코치로 재직하게 되면서 잠시 이별했지만, 2020 시즌을 앞두고 감독으로 부임하게 돼 다시 인연이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사령탑이 교체되면 코치진도 대거 바뀐다. 그러나 손 감독은 1군 코치진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홍 코치는 오히려 수비코치에서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임무가 더 막중해졌다. 이는 감독과 코치의 관계에 앞서 두 야구인의 깊은 우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6일 대만 가오슝 키움 캠프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손: “과찬이다. 우리 동기들이 대부분 야구를 다 잘했다. 여기 홍 코치도 그렇고, 메이저리그에서 뛴 박찬호도 있고, 친구들 대부분이 모두 그 때 뛰어났다. 차이라 하면 내가 그 중에서 가장 시골에 있었다는 것?(웃음) 여기 홍 코치는 시내 출신이다.”
홍: “아니, 공주 시내라 해봤자 그때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 아마 여기저기 따져도 10분 거리에 다들 있었다.”
-팀 얘기를 해보자. 처음에 함께한다 했을 때 매우 의외였다.
손: “감독 인터뷰를 하고 나서 가장 먼저 홍 코치에게 전화를 했다. 수석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가교 역할을 가장 잘 해줄 수 있는 지도자라 생각했다.”
홍: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 강원도로 길게 휴가를 가 있었다. 감독님 전화를 받았고, 그 곳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직접 얼굴을 뵙고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한 뒤 바로 상경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손: “내가 히어로즈에 코치로 있을 때 대부분 같이한 코치들이었다. 모두를 잘 다독여 함께 가기에는 홍 코치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했다. 어려서부터 함께 야구 얘기도 많이 하고, 또 서로를 잘 알았기에 부탁할 수 있었다.”
홍: “히어로즈 한 팀에서만 10년 넘게 코치 생활을 해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감독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투수 파트는 워낙 전문가 아니신가. 야수 파트 부분에서 도울게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키움 손혁 감독(오른쪽)과 홍원기 수석코치. 스포츠동아DB
-선수들과 매우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는 지도자들이다.
손: “우리 둘이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 선수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섞여서 어울리는 것도 즐겁다. 얘기도 될 수 있으면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홍: “나이는 선수들보다 많지만, 나는 아직도 청춘이라 생각한다. 선수들 뛰는 거 보면서 ‘나도 너 만큼 뛸 수 있다’며 친구처럼 지낸다. 그게 바로 우리 팀 분위기의 장점이다.”
-깊은 우정을 기반으로 한 감독과 수석코치, 어떤 장점이 있을까.
손: “아무래도 서로 실수가 나왔을 때 조금 더 편하게, 또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얘기를 예전부터 많이 해와서 조금도 불편함이 없다. 단, 지금의 실수를 시즌 때는 절대 반복하지 말자고 약속한다.”
홍: “내가 실수를 해도 감독님이 ‘괜찮으니까 잊어버리자’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얘기를 편하게 해주시니 항상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가교 역할이 더 원활할 수밖에 없다.”
-얘기를 어느 정도로 많이 하나. 역할 분담도 했다고 들었다.
손: “우리는 시즌에 들어가면 홍 코치가 주로 사인을 낼 수도 있다. 내가 늘 얘기하는 게 ‘잘 하는 걸 더 강하게 하자’다. 감독으로 결정하면서 사인까지 하려니 가끔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있더라. 그래서 홍 코치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
홍: “선택의 폭을 좁혀 드리는 게 내 역할이다. 안 그래도 결정해야 하는 게 많은 자리가 감독인데, 고민의 폭까지 넓으면 안 되지 않나.”
-우승이 목표인 팀의 감독과 수석코치다.
손: “부담을 나누자는 얘기를 계속한다. 감독 혼자서는 절대 짊어질 수 없는 짐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코치들과 선수들이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홍: “몇 승을 더 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몇 패를 더 줄이자는 얘기를 한다. 아무리 잘해도 정규시즌의 1/3은 질 수밖에 없다. 관건은 그 패배의 과정이라 본다. 우리가 실수를 얼마나 더 많이 줄이느냐에 따라 올해 성적이 갈릴 것 같다.”
가오슝(대만)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