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상의 가오슝 스토리] ‘공주 히어로즈’ 초중고대 동기동창 손혁·홍원기의 우정

입력 2020-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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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만 가오슝 등청후야구장에서 열린 대만 프로팀 중신 브라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키움 손혁 감독(왼쪽)과 홍원기 수석코치가 동반 인터뷰를 하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1973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초·중·고·대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가오슝(대만)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25일 대만 가오슝 등청후야구장에서 열린 대만 프로팀 중신 브라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키움 손혁 감독(왼쪽)과 홍원기 수석코치가 동반 인터뷰를 하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1973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초·중·고·대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가오슝(대만)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처음 만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단순히 야구가 좋아서, 또 함께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게 좋기만 한 그런 시절이었다.

본격적으로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중학교. 그 ‘친구’는 또 내 옆에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 차례의 우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도 또다시 함께 야구를 하고 있었다.

성인이 되고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서도 함께였다. 어느덧 같이 맞춰 입은 유니폼은 4벌 째. 프로에 입문한 길은 달랐지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또다시 한 팀에서 만났다. 그리고 지도자 생활까지도 동행하는 중이다.

특별한 인연의 주인공은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47)과 홍원기 수석코치(47)다. 손 감독과 홍 코치는 충청남도 공주가 낳은 야구인들이다. 공주중동초~공주중~공주고~고려대학교 동기동창으로 무려 37년의 우정을 자랑한다.

두산 베어스에서 현역 생활까지 함께 했던 둘은 히어로즈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다시 만났다. 손 감독이 SK 와이번스 투수코치로 재직하게 되면서 잠시 이별했지만, 2020 시즌을 앞두고 감독으로 부임하게 돼 다시 인연이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사령탑이 교체되면 코치진도 대거 바뀐다. 그러나 손 감독은 1군 코치진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홍 코치는 오히려 수비코치에서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임무가 더 막중해졌다. 이는 감독과 코치의 관계에 앞서 두 야구인의 깊은 우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6일 대만 가오슝 키움 캠프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공주가 낳은 자랑이라고 봐도 되나.

손: “과찬이다. 우리 동기들이 대부분 야구를 다 잘했다. 여기 홍 코치도 그렇고, 메이저리그에서 뛴 박찬호도 있고, 친구들 대부분이 모두 그 때 뛰어났다. 차이라 하면 내가 그 중에서 가장 시골에 있었다는 것?(웃음) 여기 홍 코치는 시내 출신이다.”

홍: “아니, 공주 시내라 해봤자 그때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 아마 여기저기 따져도 10분 거리에 다들 있었다.”

-팀 얘기를 해보자. 처음에 함께한다 했을 때 매우 의외였다.

손: “감독 인터뷰를 하고 나서 가장 먼저 홍 코치에게 전화를 했다. 수석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가교 역할을 가장 잘 해줄 수 있는 지도자라 생각했다.”

홍: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 강원도로 길게 휴가를 가 있었다. 감독님 전화를 받았고, 그 곳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직접 얼굴을 뵙고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한 뒤 바로 상경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손: “내가 히어로즈에 코치로 있을 때 대부분 같이한 코치들이었다. 모두를 잘 다독여 함께 가기에는 홍 코치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했다. 어려서부터 함께 야구 얘기도 많이 하고, 또 서로를 잘 알았기에 부탁할 수 있었다.”

홍: “히어로즈 한 팀에서만 10년 넘게 코치 생활을 해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감독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투수 파트는 워낙 전문가 아니신가. 야수 파트 부분에서 도울게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키움 손혁 감독(오른쪽)과 홍원기 수석코치. 스포츠동아DB

키움 손혁 감독(오른쪽)과 홍원기 수석코치. 스포츠동아DB

-선수들과 매우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는 지도자들이다.

손: “우리 둘이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 선수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섞여서 어울리는 것도 즐겁다. 얘기도 될 수 있으면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홍: “나이는 선수들보다 많지만, 나는 아직도 청춘이라 생각한다. 선수들 뛰는 거 보면서 ‘나도 너 만큼 뛸 수 있다’며 친구처럼 지낸다. 그게 바로 우리 팀 분위기의 장점이다.”

-깊은 우정을 기반으로 한 감독과 수석코치, 어떤 장점이 있을까.

손: “아무래도 서로 실수가 나왔을 때 조금 더 편하게, 또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얘기를 예전부터 많이 해와서 조금도 불편함이 없다. 단, 지금의 실수를 시즌 때는 절대 반복하지 말자고 약속한다.”

홍: “내가 실수를 해도 감독님이 ‘괜찮으니까 잊어버리자’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얘기를 편하게 해주시니 항상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가교 역할이 더 원활할 수밖에 없다.”

-얘기를 어느 정도로 많이 하나. 역할 분담도 했다고 들었다.

손: “우리는 시즌에 들어가면 홍 코치가 주로 사인을 낼 수도 있다. 내가 늘 얘기하는 게 ‘잘 하는 걸 더 강하게 하자’다. 감독으로 결정하면서 사인까지 하려니 가끔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있더라. 그래서 홍 코치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

홍: “선택의 폭을 좁혀 드리는 게 내 역할이다. 안 그래도 결정해야 하는 게 많은 자리가 감독인데, 고민의 폭까지 넓으면 안 되지 않나.”

-우승이 목표인 팀의 감독과 수석코치다.

손: “부담을 나누자는 얘기를 계속한다. 감독 혼자서는 절대 짊어질 수 없는 짐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코치들과 선수들이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홍: “몇 승을 더 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몇 패를 더 줄이자는 얘기를 한다. 아무리 잘해도 정규시즌의 1/3은 질 수밖에 없다. 관건은 그 패배의 과정이라 본다. 우리가 실수를 얼마나 더 많이 줄이느냐에 따라 올해 성적이 갈릴 것 같다.”

가오슝(대만)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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