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미야자키 리포트] ‘1루수비 장인’ 두산 오재일에게 물었다 “1루 수비, 왜 중요합니까?”

입력 2020-02-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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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재일이 26일 선수단 숙소인 일본 미야자키 라그제히토츠바호텔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미야자키(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오재일(34)은 명실상부 두산 베어스의 중심타자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장타력은 물론 정확성도 갖췄다. 초기에는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타격을 했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타구 방향이 다양해진 덕분에 상대 수비시프트도 어렵지 않게 뚫어낸다. 믿고 맡기면 꾸준히 자기 역할을 해내는 타자라는 점은 오재일이 가진 최고의 매력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 4경기에서 6타점(타율 0.333·1홈런)을 쓸어 담으며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것이 그의 가치를 설명한다.

공격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가치는 또 있다. 바로 뛰어난 수비다. 다른 내야 포지션에 견줘 수월하다는 인식이 강한 1루수의 특성상 크게 부각되진 않지만, 최근 1루 수비의 중요성이 커진 것을 고려하면 오재일의 수비력은 두산이 강력한 내야를 구축하는 데 엄청난 힘으로 작용한다. “1루 수비는 톱클래스 수준”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어색하지 않다.

● 1루 수비가 쉽다고?

1루 수비는 단순히 좌타자들이 당겨치는 빠른 타구를 걷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많은 플레이가 발생하는 베이스의 특성상 쉴 틈 없이 다른 내야수들의 송구를 잡아내야 한다. 1루수의 역량이 다른 내야수들의 실책 숫자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오재일이 순발력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25일 일본 미야자키 선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즈와 구춘대회 2차전에서 나온 기막힌 백핸드 수비도 순발력을 동반한 덕분에 가능했다.

● “밖에서 보면 쉬워 보이겠지만…”

오재일에게 물었다. 최고의 1루수로 손꼽히는 그가 느끼는 1루 수비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나는 몸집이 크고 느리다는 인식이 강해서 수비를 할 때 최대한 빨리 움직이기 위해 많은 연습을 한다. 순발력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운을 뗀 그는 “1루수가 밖에서 보면 쉬워 보이긴 하겠지만, 1루에서 안 좋은 그림이 나오면 내야 전체가 어수선해질 수 있다”고 소신껏 말했다. ‘수수하지만 굉장한’ 포지션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다른 내야수들의 송구가 좋지 않아도 (1루수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면 문제없이 다음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때 안 좋은 그림이 나오면 전체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중심을 잡는다는 측면에서 (1루 수비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 역시 두산의 강점은 수비다!

2018시즌 KS 기간에 두산 내야 유망주 황경태(24·현역 복무 중)는 “선배님들이 자기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두산 내야의 매력”이라고 했다. 부동의 주전 1루수인 오재일도 그 중 한 명이다. 타 팀의 부러움을 사는 강력한 내야의 일원이라는 자부심도 있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오재일은 “수비 연습은 할 때 확실히 해야 한다. 두산의 강점이 수비니까”라고 힘줘 말했다. 데뷔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앞두고 팀의 정규시즌과 KS 통합 2연패를 이끌겠다는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팀에 끈끈함이 더해졌다”며 “선수들 모두 부상 없이 체력 관리만 잘한다면 지난해보다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렸다.

미야자키(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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