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연기되면서 실전 감각이 무뎌진 K리그 팀들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나란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북 현대 선수들이 4일 H조 시드니FC와의 원정에서 간신히 2-2 무승부를 거둔 뒤 힘겨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가 국제 경쟁력을 완전히 잃은 듯한 모습이다.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 K리그를 대표한 전북 현대·울산 현대·FC서울·수원 삼성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K리그1 챔피언 전북은 4일 대회 조별리그 H조 시드니FC(호주) 원정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수비수 최보경이 퇴장 당하고 페널티킥(PK) 실점을 내주는 등 고전 끝에 후반 44분 한교원의 골로 간신히 승점1을 챙겼다. 지난달 12일 안방에서 끝난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와 1차전에서 1-2로 패한 전북은 1무1패가 돼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FA컵 우승 자격으로 아시아 무대에 도전한 G조 수원 삼성은 보다 심각하다.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 원정에서 1-2로 무너졌다. 비셀 고베(일본)에 홈에서 무너진 데 이은 2연패로 조별리그 통과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현재 K리그는 6게임에서 단 1승을 거뒀을 뿐이다. F조 울산이 FC도쿄(일본)와 상대 자책골로 비긴 가운데 서울만 유일하게 승수를 쌓았다. 혹독한 추위가 이어진 지난달 홈에서 멜버른 빅토리(호주)를 무너트리지 못했다면 K리그는 전멸할 뻔 했다.
부진의 이유는 다양하겠으나 핵심은 경기감각이다. 사실 무더위나 습도 같은 기후 조건은 지금까지도 계속 경험한 어려움이다. 일부 영향은 있겠지만 딱히 새삼스런 상황은 아니란 얘기다. 한국은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감염자가 중국 다음으로 많고, 사망자들도 적지 않다. 그 여파로 프로축구 개막이 무기한 연기됐다.
정상적인 환경에서도 시즌 초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 법인데, 요즘은 경기 스케줄이 띄엄띄엄 마련돼 있다보니 분위기는 한층 어수선하다. 사전 계획한 일정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고 천천히 리듬을 끌어올리는 가장 기초적인 노력이 쉽지 않다.
개막 시점을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유일한 대안은 실전을 가정한 연습경기를 주기적으로 치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큰 문제가 있다. 스파링 상대를 구하는 작업이 하늘의 별따기다.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으로 20명 이상 규모의 인원이 외부로 이동하는 것도, 반대로 외지인을 클럽하우스 및 훈련장 같은 보금자리로 불러들이는 것도 눈치 보인다. 프로·아마추어 전부 해당된다. 기업구단보다 지방자치단체 입장까지 고려해야 할 도·시민구단들의 사정은 훨씬 딱하고 암울하다. 프리시즌이 사실상 3개월 차로 접어든 지금, 누구에게도 뚜렷한 답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