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공백기를 딛고 생애 첫 시니어무대 금메달을 수확한 쇼트트랙 이유빈이 손으로 하트를 그리면서 승자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올림픽 때도 그랬듯이 늘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린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생애 첫 시니어무대 금메달을 따내며 화려하게 돌아온 쇼트트랙대표팀 이유빈(19)은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간의 공백을 깨트린 기쁨이 그대로 전해졌다.
먼 길을 돌아왔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에 힘을 보태며 이름을 알렸지만, 그간 공백이 워낙 길었던 탓에 좀처럼 존재감을 뽐낼 기회가 없었다. 평창올림픽 계주 준결승에서 넘어진 뒤 최민정(성남시청)과 빠르게 교대한 장면만 기억하는 이들도 많았다. 2월에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9~2020시즌 쇼트트랙월드컵 6차대회 여자 1000m 1차레이스 결선에서 금메달을 따낸 결과가 단순한 성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유도 ‘쇼트트랙 선수 이유빈’이 살아있음을 알려서다.
최근 만난 이유빈은 “부상을 치료하며 다른 운동을 하며 보강했고, 나름대로 힐링도 하고 돌아왔다”며 “대학생이 되는 시점에서 처음 개인전 금메달을 땄다. 스스로 더 성숙해졌다고 느낀다”고 활짝 웃었다.
2018~2019 시즌까진 부상 치료에 전념했다. 2019~2020 시즌 대표 선발전에서 어렵사리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멤버는 아니었다. 5~6차 월드컵 출전도 기존 멤버 김아랑(고양시청)의 부상으로 어렵사리 잡은 기회였다. 짧은 기간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이겨낸 것이다. 5차대회 1000m 결선 도중 펜스에 충돌하며 크게 다친 아픔도 잊었다. 이유빈은 “고민이 많았지만, 예선을 치르면서 긴장감이 올라오니 부상도 잊었다”고 밝혔다.
업그레이드의 비결도 공개했다. 이제는 거친 몸싸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6차대회 1000m 1차레이스 결선에서도 나탈리아 말리쉐브스카(폴란드)와 몸싸움 과정에서 뒤로 밀렸지만,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고 역전에 성공했다. 변수대처 능력이 향상했다는 증거다. 이유빈은 “훈련의 효과도 컸지만, 상대 선수의 경기력과 스타일 등을 미리 분석하고 그에 따라 대처한 결과”라고 힘줘 말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도 확실히 굳어졌다. 이유빈은 이 같은 이미지를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올림픽 때도 그랬듯 포기하지 않고 늘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린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목소리에 진심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