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대구 및 경북 지역 팬들을 위해 ‘라이온즈TV‘를 통해 격려의 메시지를 남긴 허삼영 삼성 감독. 사진캡쳐 | 라이온즈TV
대구광역시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9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대구에서 5571명, 경북에서 1107명으로 두 지역을 합치면 6678명으로 전체(7382명)의 약 90%에 달한다. 사망자 52명 중 대구에서만 35명이 운명을 달리했다. 특정 종교라는 원인은 차치하더라도 결과가 심각하다. 대구에서만 30년을 거주한 자영업자 정인호 씨(32)는 “도시 전체가 마비된 느낌이다. 마스크를 구하는 곳이 아니라면 사람의 발걸음이 대부분 뜸하다. 요식업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KBO리그도 시범경기가 취소됐고 구단들은 스프링캠프 일정을 급히 조정했다. 아직 리그 개막일조차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창궐 사태는 야구계 구성원 모두가 처음 겪는 어려움이지만, 삼성 선수단에게는 아픔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당장 연고지 대구, 경북 출신 선수가 수두룩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지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에도 선수들은 매일 같이 가족, 친구들과 연락했고 휴대전화로 실시간 뉴스를 챙겨보는 등 사태 파악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
삼성 선수단은 구단 공식채널 ‘라이온즈TV’를 통해 대구, 경북지역 응원 영상을 띄웠다. 허삼영 감독은 “이겨낼 수 있습니다. 힘내자 대구, 힘내자 경북”이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권오준은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국민 모두가 한 마음이 돼 이 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캡틴’ 박해민도 귀국 직후 공항에서 “연고지인 대구에 피해가 커서 모두들 걱정이 많았다”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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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가 신음하는 연고지 구단에 힘을 준 사례는 여럿 있다. 2013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가 대표적이다. 보스턴은 2013년 4월 보스턴 국제 마라톤에서 일어난 끔찍한 폭탄테러를 위로하기 위해 가슴에 ‘B Strong’ 패치를 달고 시즌을 치렀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해 팬들의 눈물을 닦았다. 허울뿐인 ‘지역사회 공헌’이 아닌, 도시 전체와 한 몸으로 뛰겠다는 각오가 결실을 맺은 시즌이었다.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허 감독을 시작으로 선수단 모두가 ‘대구는 강하다’는 표어를 증명하겠다고 스파이크 끈을 동여매는 중이다. 자신들의 1승이 팬들에게는 숫자 이상으로 다가온다는 것도 알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웃을 일이 많지 않았던 삼성 팬들에게 모처럼 환한 웃음을 안겨줄 수 있을까. 삼성 선수단의 어깨 위에는 책임감 하나가 더해졌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