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은 외국인선수 뒷얘기들

입력 2020-03-12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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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가빈-도로공사 산체스-KGC인삼공사 디우프-OK저축은행 레오(왼쪽부터). 사진ㅣ스포츠동아DB·KOVO

V리그가 3월 23~28일 사이에 시즌을 재개하기로 준비하는 가운데 봄 배구 희망이 사라진 팀들의 외국인선수들이 속속 한국을 떠나고 있다. 당초 시즌 끝까지 남기로 약속했던 한국전력의 가빈은 13일 캐나다행 비행기에 오른다. 지난 10일 한국배구연맹(KOVO)의 실무회의에서 시즌 재개예정 방침을 정하자 한국전력은 가빈을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구단은 잔여경기가 남았지만 다 소화하기 위해서는 몇 주를 더 기다려야 하고 이 경우 캐나다 입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조기귀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장병철 감독과 공정배 단장이 구단주에게 건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구단주는 “그동안 우리 팀을 위해 헌신한 선수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베풀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가빈에게 이번 시즌 약속된 연봉을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

KB손해보험의 마테우스도 곧 귀국 비행기를 탈 가능성이 커졌다. 구단은 남은 6라운드 3경기에서 마테우스가 출전해 몇 승을 더 거두는 것보다는 다음 시즌을 대비해 어린 토종선수들에게 출전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눈치다. 하위권에서의 순위보다는 신인선수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순번을 생각한 전략적인 판단도 필요한 시점이다.

보내고 싶어도 비행기 편이 없어 고민이 많던 도로공사의 산체도로 쿠바로 들어갈 유일한 항공노선을 찾아냈다. 13일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모스크바행 비행기다. 양측은 잔여연봉 등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미 마쳤다. 도로공사 측은 “코로나19가 발생한 뒤에도 산체스는 돌아가겠다고 투정을 부리지도 않았고 구단의 상황설명을 충분히 이해하고 잘 따랐다. 그런 면에서 좋은 외국인선수”라고 했다. 도로공사 측은 많은 국가에서 항공편을 취소하는 상황에서 산체스가 돌아갈 항공편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다행히 모스크바를 경유하는 쿠바 행 항공편이 유일하게 남아 있었다. 도로공사는 “이 비행기가 제발 취소되지 않고 산체스가 무사히 쿠바까지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남자부 7위 한국전력과 5위 삼성화재는 각각 4경기를, 여자부도 6위 도로공사가 4경기, 5위 IBK기업은행이 3경기를 외국인선수 없이 치러야 한다. 리그에 속한 팀이라면 반드시 남은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몇몇 잔여경기는 희망이 있는 팀과 목표가 없는 팀의 대결이어서 흥미가 떨어질 우려는 있다.

아직 플레이오프의 희망이 실낱같이 남은 여자부 4위 KGC인삼공사의 디우프는 시즌을 끝까지 치르기로 했다. 구단은 10일 시즌재개 방침이 결정된 뒤 디우프에게 변화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때도 디우프는 당초 얘기했던 시즌잔류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디우프는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 4월10일로 만료되는 취업비자를 받아왔다. 구단은 “만일 시즌이 끝난 뒤에도 한국에 더 머물면서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도와주겠다. 최고급 스파도 좋고 특별한 계획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 달라. 비자 연장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에 대해 디우프는 “일단 시즌을 마친 다음에 얘기하자”고 대답했다.

한편 KGC인삼공사는 최근 디우프가 코로나19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사실도 공개했다. 원인은 주변의 쉼 없는 질문 때문이었다. “그동안 많은 매스컴에서 코로나19 얘기를 물어보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배구 얘기라면 언제든지 하겠지만 앞으로 코로나19와 관련된 것이라면 말하지 않겠다. 나는 괜찮다는데 왜 자꾸 물어보는지 모르겠다”면서 구단에 하소연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4위로 남자부 준플레이오프전 성사의 희망을 이어가는 OK저축은행 레오도 “프로선수라면 당연히 끝까지 해야 한다”는 말로 시즌 끝까지 잔류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힌 상태다. OK저축은행은 “지금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레오가 시즌 중단으로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코칭스태프와 구단에서 최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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