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하고 깡마른 KT 새 얼굴? 마네킹이 야구장에 나타난 사연

입력 2020-03-18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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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투수들이 16일 수원KT위즈파크 불펜에서 타자 자리에 마네킹(왼쪽)을 세워놓고 공을 던지고 있다. 투수들이 타자 몸쪽 공을 적극적으로 던질 수 있게 하기 위한 ‘클로저’ 이대은의 아이디어다.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T 위즈의 팀 훈련이 한창인 수원KT위즈파크. 투수들이 몸을 푸는 1루측 불펜에 낯선 ‘얼굴’이 등장했다. 유달리 창백한 얼굴에 호리호리한 몸매로 투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다. 그 정체는 마네킹이다. ‘클로저’ 이대은(31)의 아이디어로 등장한 마네킹은 KT 투수진의 몸쪽 승부 자신감을 키우는 중이다.

이대은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 박승민 투수코치에게 대뜸 마네킹 주문제작을 부탁했다. 몸쪽 승부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연습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수들은 스프링캠프 때면 타자들을 타석에 세워두고 라이브피칭을 실시한다. 하지만 투수가 원할 때마다 훈련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행여 팀 동료가 몸에 맞아 부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볼을 뿌리기 쉽지 않다. 훈련 때조차 자신 있게 던지지 못한다면 실전에서 몸쪽 승부를 원활히 하기 어렵다.

박 코치는 즉시 운영팀에 문의했고, 최근 제작이 완료됐다. 운영팀 김도형 과장은 “공에 맞아 깨질 위험이 있기에 부드러운 재질로 준비했다”며 “좌·우타석을 쉽게 오가야 하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줄 업체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의 요청이니 최대한 좋은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이정현의 유니폼을 마네킹에 입히며 제법 그럴싸한 모습으로 만들었다.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현장의 요청에 프런트의 긴밀한 협조가 만든 마네킹. 적잖은 금액과 노력이 들었지만 선수들의 만족도는 그 이상이었다. 마네킹은 16일 청백전 도중 데뷔했다. 이대은을 필두로 주권, 전유수 등 불펜투수들은 타석에 마네킹을 세워두고 투구를 진행했다. 처음 마네킹과 상대한 이대은은 “심리적으로도 그렇고 훈련 때 부담이 사라졌다. 막연히 ‘타자가 있다’는 이미지를 생각하며 투구했지만 실물이 있으니 집중도가 달랐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올 시즌 KT 투수들의 몸쪽 승부가 빛을 발한다면 마네킹의 공로도 무시하기 힘들 전망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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