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찬
지명 전과 후의 평가가 크게 달라졌다. 애초에는 163㎝(KBO 프로필 기준)의 작은 키 탓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삼성 스카우트팀은 일찌감치 김지찬에게 확신을 가졌다. 타격 정확도와 작전수행 능력이 뛰어나 세밀한 플레이, 즉 디테일에 강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본인도 “키에 대해선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키가 큰 선수들보다 많은 안타를 치고 야구를 잘하면 된다”고 했다. 이같은 당당함도 김지찬이 지닌 강점이다. 지난해 9월 기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연맹(WBSC) 2019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선 8경기에 모두 출장해 타율 0.531(32타수17안타), 1타점, 10득점, 9도루, 출루율 0.559의 만점 활약을 뽐내며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평가가 확 달라진 시점이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김지찬을 비롯해 올해 스프링캠프에 2020 시즌 입단한 신인을 단 한 명도 데려가지 않았다. “아직 몸이 여물지 않았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 위해선 과정이 필요하다.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에 수정기간이 필요하다”는 소신이 확실했다. 무엇보다 “급하게 써서 망가트리고 싶지 않다”는 배려가 깔려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지찬의 캠프 합류를 고민했을 정도로 김지찬이 확실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시즌에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재활센터를 오가며 꾸준히 몸을 만들었다. 고교 때까지 웨이트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탄탄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허 감독은 “(김지찬은) 키가 작지만, 몸은 마치 레슬링 선수를 연상케 한다”고 밝혔다. 프로 구단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그만큼 더 단단해질 수 있다. 김지찬도 “좋은 운동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김지찬이 지난해 12월 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L타워에서 열린 ‘2019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시상식‘에서 BICO.412(백인천상)을 수상하고 기념사진 촬영 중이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김지찬이 내세운 자신의 최대 강점은 빠른 발이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야구계 격언이 있듯, 주력이 뛰어난 선수는 언제든 조커로 투입할 수 있다. 김지찬은 “빠른 발은 내가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라면서도 “프로에는 나보다 빠른 선수들이 많으니 스피드를 살릴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을 더 개발해야 한다. 번트와 스타트, 주루 센스 등을 향상하되 파워와 송구능력도 더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의 내야진은 탄탄한 편이다. 김상수(2루수)~이학주(유격수)의 센터라인과 타일러 살라디노(3루수)~이원석(1루수)의 코너도 견고하다. 박계범과 최영진 등 백업 자원도 있다. 그러나 부상 등의 변수에도 대비해야 한다. 실제로 이학주가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라 김지찬이 예상보다 빠르게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 본인의 목표도 “최대한 빠르게 1군을 경험하고, 10년 뒤에는 삼성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날만을 그리며 지금도 경산볼파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신장은 작지만 심장은 누구보다 뜨거운 김지찬의 성장세, 야구계가 주목하고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