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기다리는 초보 감독 설기현의 불안과 희망

입력 2020-03-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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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경남FC 감독. 스포츠동아DB

바이러스(코로나19)는 매몰찼다. 지구촌 스포츠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종목 구분은 없다. 지역도 불문이다. 프로 리그는 중단됐고, 올림픽·월드컵 예선은 연기됐다. 유럽 및 남미축구선수권은 1년 미뤄졌다. 도쿄올림픽 개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 세계 스포츠산업의 파산을 걱정해야할 지경이다.

K리그 개막은 진작 연기됐다. 당초 지난달 29일 막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무산됐다. 1983년 출범 이후 개막이 미뤄진 건 처음이다. 기약 없는 기다림만 있을 뿐, 언제 개막할지 아무도 모른다. 모두의 몸과 마음은 얼어붙었다. 경험이 풍부한 축구지도자들은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물며 초보 감독의 마음이야 오죽하랴. 불안의 연속일 것이다.

K리그2 경남FC 설기현(41) 감독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시즌 개막에 맞춰 훈련했는데, 그게 불발되면서 맥이 풀렸다. 그는 선수들을 걱정했다.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다. 집중력도 흐트러졌고, 경기력도 하락했다. 그게 훈련장에서 뚜렷이 보인다.”

멍하니 개막만 기다릴 순 없다. 설 감독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고쳐먹었다. 걱정 대신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지를 고민했다. “그동안 전술을 입히는 시간이 부족했는데,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회로 삼겠다.”

우선은 무엇보다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줬다. 미혼자는 숙소생활을 하지만 기혼자는 출퇴근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대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할 것을 신신당부했다. 자칫 누구라도 감염되면 팀 전체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선수들도 충분히 이해시켰다. “처음엔 우리나라가 불안하고 자기들 나라는 걱정 없다면서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훈련은 짧고 굵게 한다. 대신 집중력을 요구한다. 오전 10시 반부터 1시간 반 동안 한차례 훈련한다. 이는 시즌 모드다. 훈련 시작 전후의 감독 잔소리는 없다. 꼭 필요한 전술에 대한 설명만 간단히 한다. “감독 얘기 때문에 선수들 루틴을 망칠 수는 없다. 선수들은 프로다. 스스로가 훈련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휴식도 강조한다. 시즌 들어가면 쉴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더욱 빠듯할 전망이다. “개막 이전부터 너무 힘을 빼면 곤란하다. 집중력 있는 훈련과 주말 휴식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설 감독이 가장 고민하는 게 전술 완성도와 함께 선수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전술적으로 부족한 선수들에게 소중한 시간이 주어졌다. 또 부상으로 훈련을 하지 못하는 주전급 선수들에게도 컨디션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들에겐 소중한 기회다.”

정보 수집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또래의 김도균 수원FC 감독(43)이나 김남일 성남FC 감독(43)과 통화를 자주한다. 이들은 모두 초보 감독들이다. 비슷한 고민을 공유한다. 정보 교환도 활발하다. “서로 친하다. 다른 팀이나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교류하고 있다.”

승격이 쉬운 건 아니지만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2부로 떨어진 팀이 곧장 승격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힘든 도전이다. 하지만 설 감독은 자신감에 차 있다. “우리 선수들은 기대보다 훨씬 빨리 전술에 익숙해졌다. 또 자기관리도 잘하고, 수준도 꽤 높다. 승격이 쉽지는 않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절실하게 해나가다 보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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