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조장’ SK 정영일이 스무 살 후배들에게서 얻은 것

입력 2020-03-19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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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정영일. 스포츠동아DB

“오히려 제가 더 배웠어요.”

뜻밖의 소득이었다. SK 와이번스 ‘필승조’ 정영일(32)은 겨우내 스무 살 후배들과 함께 지내며 기본기를 바로잡는 시간을 가졌다.

다소 생경한 비 시즌을 보냈다. 정영일은 가벼운 허리 부상으로 1·2차 스프링캠프를 소화하지 못했다. 대신 강화 퓨처스파크에 남아 치료에 전념했고,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는 투구 영상을 주고받으며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아무래도 캠프에 가면 준비 과정이 더욱 긴박해질 수 있었다”고 돌아본 정영일은 “팀에서 믿어주신 만큼 더욱 책임감을 갖고 운동했다. 오히려 밸런스 위주로 연습하면서 몸이 더 잘 만들어졌다”고 자신했다. 건강도 완벽히 되찾았다.

호기심 가득한 신인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운동한 정영일은 후배들과 대화하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답을 찾아내곤 했다. 그는 “어린 친구들이 이것저것 많이 물어왔다. 공을 던질 때 하체 밸런스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내가 이렇게 던졌어야 했는데’하고 느낀 순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했던 말들이 결국 내게 가장 필요했다.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첫 발도 성공적으로 뗐다. 16일 처음으로 열린 팀 자체 청백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2안타 1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7개의 공을 던지며 각 구종을 점검하는데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최고 구속은 143㎞를 마크했다. 정영일은 “캠프에 다녀온 투수들보다는 실전 감각이 떨어질 수 있지만 걱정만큼은 아니었다. 첫 경기였음에도 괜찮았다”고 힘 줘 말했다. 염 감독 역시 정영일을 두고 “경기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믿음을 보낸다.

새 시즌 투수 조장을 맡은 정영일은 어깨가 무거워졌다. 김태훈이 선발진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의 몫을 더해 필승조를 지탱해야 한다. 정영일은 “스프링캠프 동안 (문)승원이가 조장으로서 신경을 많이 써줬다. 개인적으로 준비할 것도 많았을 텐데 정말 고맙다”며 “내 뒤에는 (서)진용, (하)재훈이처럼 좋은 투수들이 버티고 있다. 잘 준비한다면 필승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화구를 가다듬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완성도를 높이고, 슬라이더를 보완 장착했다. 2019시즌 구사율이 10.1%에 불과했던 슬라이더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정영일은 “방향을 바꾸거나 곧장 떨어지게 하는 등 체인지업을 마음먹은 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했다”며 “직구, 체인지업에 슬라이더를 하나 더 던지면 큰 도움이 된다. 타자 유형에 따라 비율을 높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세부적인 목표들도 세워뒀다. 지난해 햄스트링, 양쪽 내복근 부상 등에 시달리며 미처 이루지 못한 30홀드를 바라본다. 건강하게 풀타임 시즌을 보내려는 정영일의 의지가 담겨있다. 그는 “나와 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목표들로 정했다. 내가 30홀드를 따낸다는 것은 팀도 상승세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는 30홀드와 함께 삼진 비율을 더 높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규시즌이 개막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정영일은 “나를 걱정해주신 분들이 많다. 시즌이 시작되고, 좋은 투구를 펼치면 언제나 그랬듯 열렬히 응원해주실 것을 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온 나라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상황이 좋아지면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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