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집으로 돌아가고, 가고 싶어도 못가는 외국인선수들의 속사정

입력 2020-03-25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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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마테우스. 사진제공|KOVO

2019~2020시즌 V리그는 끝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시 중단됐던 시즌이 재개될까봐 지난 3일부터 대기해온 외국인선수들도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갈 짐을 싸기 시작했다. 흥국생명의 루시아, KB손해보험의 마테우스는 25일 밤에 출국한다. 같은 비행기다. GS칼텍스의 러츠와 현대건설의 헤일리도 25일 각각 미국 휴스턴과 라스베이거스를 향해 출국한다. KGC인삼공사의 디우프는 28일 남자친구와 이탈리아로 돌아간다.

마테우스는 구단이 서둘러 준비해준 덕분에 브라질 상파울루행 티켓을 확보했다. 다행히 상파울루는 외국에서 오는 항공기를 막지 않는다. 귀국하자마자 자택에서 14일간 격리된다.

마테우스는 23일 임시이사회에서 시즌 조기종료를 결정하자 누구보다 아쉬워했다. 다음 시즌에도 KB손해보험의 유니폼을 입고 싶지만 아직 구단의 언질을 받지 못한 상황. 시즌 도중에 합류해 13경기에 출전해 341득점(공격성공률 53.45%), 13서브에이스, 18블로킹을 기록했다.

차츰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가던 터라 더 좋은 기량과 결과를 보여주려고 했다. 끝까지 남아서 자신을 더 어필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조기종료로 기회가 사라져버렸다. 아내는 먼저 브라질로 돌아갔고 아쉬움 반, 기쁨 반의 심정으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흥국생명 루시아.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의 루시아도 2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행 비행기를 탄다. 유럽의 많은 공항이 문을 닫아서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를 경유한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다음시즌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신청도 마쳤다. 그만큼 V리그와 흥국생명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구단은 194cm의 장신인 루시아를 위해 이번에도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을 끊어줬다. 처음 일본에서 한국에 입국했을 때와 시즌도중 올림픽 남미지역 최종예선전에 다녀올 때도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으로 감동을 줬던 구단은 이번에도 한 시즌 동안 수고한 그를 배려해줬다.

좋은 좌석도 좌석이지만 더 큰 반전이 있었다. 8월1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왕복티켓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함께 하자는 의사를 확인한 루시아는 더욱 감동했다.

우리카드 펠리페. 스포츠동아DB


우리카드에 팀 창단 이후 첫 리그 1위를 선물한 펠리페는 30일 한국을 떠난다. 구단은 마테우스, 루시아와 같은 날 출발하는 항공편도 알려줬지만 도하를 경유하는 다른 노선을 선택했다. 아내 등 가족이 먼저 타고 갔던 에티오피아 경유노선이 비행시간 23시간에 대기 2시간의 빡빡한 일정이라 모든 것이 익숙한 한국에서 며칠 더 머물다가 가기로 했다.

당분간 안전한 한국에 머물면서 귀국일정을 조율하는 선수도 있다. 대한항공 비예나는 2주간 한국에서 더 머무르기로 했다. 스페인의 코로나19 사정이 심각해 차라리 안전한 숙소에서 머무르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의 고향은 스페인 남부 카디스다.

OK저축은행 레오. 스포츠동아DB

크로아티아로 돌아갈 OK저축은행 레오도 구단과 귀국일정을 조율중이다. 출국에 앞서 세금 등 처리해야 할 일을 모두 마무리 한 다음에 귀국한다. 크로아티아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오는 모든 사람에게 14일간의 자가 격리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다우디. 스포츠동아DB


가장 사정이 딱한 선수는 현대캐피탈 다우디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우간다 정부가 2달간 국경을 막아버려 방법이 없다. 이번에 고국으로 돌아가면 우간다 전통에 따라 7~8월에 2번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엉클어졌다. 먼저 우간다로 돌아간 여자친구가 다시 출국할 수도 없다. 터키에 집이 있지만 그 곳도 갈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당분간은 통역과 천안의 집에서 지내야 한다. 코로나19로 국내여행을 시켜주기도 어렵다.

24일 저녁훈련을 마치고 휴가를 얻은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4월6일까지 모두 자택에서 대기다. 휴가기간 동안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도 금지하라고 최태웅 감독은 지시했다. 다우디도 이 방침을 따라야 한다. 당분간 구단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한국에서 혼자 생활하기 힘든 다우디의 말동무를 해줘야 한다. 구단은 천안의 훈련장을 개방해 선수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다우디는 이 곳에 자율훈련을 오는 선수들과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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