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시즌 조기중단으로 FA자격기준에 1경기가 모자란 선수는

입력 2020-03-30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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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김광국-한국전력 오재성-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스포츠동아DB

12.8은 12일까 13일까. 14.4는 14일까 15일까. 계산상으로는 반올림해서 각각 13, 14가 맞겠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의 해석은 다르다. 12.8경기는 13경기, 14.4경기는 15경기다.

지난 23일 KOVO 임시이사회에서 시즌 조기종료를 선언한 뒤 이 같은 유권해석이 필요한 상황이 나왔다. 주인공은 우리카드 김광국. V리그 10년차로 2005년 첫 번째 FA선수 자격을 얻었고 이번에 2번째 FA선수 자격을 앞뒀다. 2019~2020시즌 12경기에 출전했다.

이전까지 V리그의 FA선수 자격취득 기준은 한 시즌의 25%(남자 9경기, 여자 7.5경기)였지만 지난해 12월19일 이사회에서 40%(남자 14.4경기, 여자 12경기)로 높였다. 모든 선수가 자동적으로 자격을 따내다시피 했던 기준을 조정해 FA선수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 이사회의 생각이었다. KOVO의 실무자는 “새로운 FA선수 자격취득 기준은 남자 15경기, 여자 12경기다. 경기출전 기준은 소수점 이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김광국은 베테랑 유광우가 대한항공으로 이적하면서 주전세터가 될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다. 노재욱에게 밀린데다 설상가상 시즌도중 얼굴이 붓는 병으로 훈련에도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다. 시즌 막판인 5라운드에 노재욱이 허리부상을 당했을 때 신영철 감독이 김광국 대신 하승우를 선택했던 이유였다. 신영철 감독은 김광국의 사정도 잘 알았다. 치료를 마치고 팀에 복귀하자 다양한 방법으로 코트를 밟게 해 FA선수가 되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새로운 변수가 터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었다. V리그는 무관중 경기~무기한 중단~조기종료의 결정을 차례로 내렸다. 우리카드가 32경기를 소화한 뒤였다. 만일 시즌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더라면 잔여 4경기에서 FA선수 자격을 충분히 따낼 수도 있었겠지만 시즌종료 선언으로 출장기회가 사라졌다.

임시이사회는 23일 조기종료를 결정하면서 FA선수 자격기준도 논의했다. 어느 팀의 단장은 “몇 경기가 모자란 예비 FA선수가 나오면 그냥 인정해주자”고 주장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단장들은 “각 팀이 소화한 경기의 40%를 새로운 기준으로 하자”고 결정했다. 이에 따르면 김광국이 FA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12.8경기, 즉 13경기를 뛰어야 한다.

임시이사회 뒤 KOVO 조원태 총재는 “시즌 조기종료로 선수가 피해를 받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것이 이사회의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1경기가 모자라 FA선수가 되지 못하는 김광국은 그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KOVO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신영철 감독은 김광국을 끝까지 배려할 생각이다. “FA선수 여부와 관계없이 다른 팀에서 주전으로 뛸 기회가 생긴다면 기꺼이 보내주겠다”고 했다.

김광국과 비슷한 상황에서 FA자격을 따낸 선수도 있다. 한국전력 오재성이다. 시즌 도중 군에서 제대하고 복귀했던 오재성은 보상선수 없는 FA선수 자격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전력의 선택에 몇몇 구단들은 관심을 가졌다. 장병철 감독은 주전 리베로 김강녕이 부상을 당하자 오재성을 주전으로 출전시켰다. 덕분에 16경기에 출전하며 생애 첫 FA선수 자격기준을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한국전력도 32경기를 소화해 FA자격기준은 12.8경기였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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