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FA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이한 롯데 베테랑 거포 이대호는 명예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현역 여정을 이어가려는 그는 예년보다 치열한 겨울나기를 마친 뒤 새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135경기에서 타율 0.285, 16홈런, 8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0. ‘투고타저’의 시즌임을 감안하면 보통 이상의 성적이다. 조정득점생산(wRC+) 118.3으로 공격 생산력은 리그 평균보다 18% 더 나았다. 하지만 이 기록이 이대호(38·롯데 자이언츠)의 뒤에 따라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군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이래 정상급 성적을 놓치지 않았던 대한민국 4번타자에게 지난해는 ‘커리어로우’였다.
이대호는 롯데의 상징이다. 자연히 이대호가 부진하니 롯데의 성적도 고꾸라졌다. 144경기에서 48승93패3무(승률 0.340)로 최하위의 수모를 맛봤다. 9위 한화 이글스와 경기차도 8.5에 달했으니 일찌감치 꼴찌가 확정된 시즌이었다. 감독과 단장, 사장이 모두 바뀌는 초유의 일도 있었다. 꼴찌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롯데의 최하위는 2004년 이후 15년 만이었다.
20대였다면 ‘슬럼프’ 내지는 ‘안식년’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겠지만, 이대호는 이제 38세의 베테랑이다. 자연히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이대호도 지난해 수차례 답답함을 표현했다. 늘 최고였던 이대호가 ‘몸이 따르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결국 스스로 찾은 해답은 ‘땀’이었다. 이대호는 2019 시즌 종료 후 김해 상동 2군구장에서 진행된 마무리캠프를 완주했다. 야수 최고참이었지만 열외는 없었다. 롯데 관계자는 “한두 번은 쉬어갈 법도 한데 끝까지 훈련을 소화하며 허문회 감독과 성민규 단장을 놀라게 했다”고 귀띔했다. 15㎏ 가까이 감량한 것도 반등을 위해서다. 본인은 “비시즌 때면 매번 체중을 줄였다”고 했지만, 예년보다 감량 폭이 컸고 과정도 체계적이었다. 흐름은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에서도 이어갔다. 숙소에서 훈련장까지 1시간 거리를 매일 걸어서 출근했다. 명예회복을 위해 잔뜩 벼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롯데의 지난 겨울은 시렸다. 성민규 신임단장의 ‘프로세스’에 선수들 여럿이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이대호는 2017 시즌을 앞두고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 롯데로 복귀할 때 4년 총액 150억 원의 대형 계약을 따냈다. 올 시즌 후 계약이 종료된다. 2021 시즌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물론 선수 생활을 여기서 마무리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단지 몇 년, 얼마의 추가 계약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대호는 그저 명예회복만 노리고 있다. “계약을 위해 야구를 한 적은 없다”는 이대호의 말에는 언제나 최고였던 자신에 대한 긍지 역시 담겨있다. 성 단장은 “롯데에는 여전히 이대호가 필요하다”며 굳은 신뢰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