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시즌 개막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예방의학 전문가인 전병율 차의과대학 교수(오른쪽)는 7일 “확진자가 하루 30명 또는 50명 정도에서 5일 이상 지속될 때 개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3월 10일 KBO 이사회에 참석해 정운찬 KBO 총재와 각 구단 사장들에게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전 교수. 스포츠동아DB
이런 판국에 개막 시점을 확정하는 건 시기상조다. 한 가지 확실해진 건 경기수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3월말 개막을 연기한 프로야구도 비슷한 처지다. 이제 초점은 축소될 경기수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그래서 개막 시점이 중요하다. K리그와 KBO리그의 개막은 언제쯤 가능할까. 또 어떤 조건이 충족될 때 문을 열 수 있을까.
예방의학 전문가인 전병율 차의과대학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선수의 안전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시즌 개막은 선수가 안심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가 감염될 경우 시즌을 완전히 망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 교수는 최근 K리그 대표자회의와 KBO리그 이사회에 참석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법 등을 조언했다. 전 교수는 특히 선수의 면역력을 강조했다. 그는 “경기를 뛰고 나면 선수들은 체력을 완전히 소진하게 된다. 즉 면역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면역체계가 약해진 상황에서는 어떠한 접촉도 있어선 안 된다. 경기 끝나고 숙소까지는 팬이나 취재진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해야한다. 이게 중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가 감염되면 그 경로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판이 깨질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일각에서 나오는 무관중 개막에 대해 전 교수는 전제 조건을 붙였다. 그는 “지역사회 감염 양상이 하루 30명 또는 50명 정도에서 5일 이상 지속될 때 개막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즉 방역 당국의 통제가 확실하게 가능해지면 무관중 개막도 고려해볼만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관중 입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그는 “관중이 입장할 때는 충분한 거리를 둬야한다. 무증상 감염자가 있기 때문에 1차적으로 관중끼리 환자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없애야한다”면서도 “하지만 관중 통제가 쉽지 않다. 또 스포츠 이외의 영역도 고려해야한다. 관중이 들어오면 다른 영역에서는 차별한다고 불만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가 언제쯤 종료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코로나19는 이전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장담할 없다”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통제가 잘 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스포츠도 다른 나라에 비해 희망이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개막이 연기되면서 선수들의 긴장감이 확 줄었다. 기다리면서 진도 빠졌다.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전 교수는 “선수들이 조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혹시 선수가 감염되면 시즌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둬야한다”면서 “개막할 때까지 유튜브 활동 등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