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생활의 마지막에 비록 연봉 5000만원의 초라한 계약을 맺었지만 롯데 송승준은 22년간의 성인야구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꿈을 이뤄가고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 야구를 그만둘지는 모르지만 유니폼을 벗는 시점은 내가 결정하고 싶다”는 베테랑의 열정을 응원한다. 스포츠동아DB
1998년 경남고 3학년이던 소년은 청룡기와 봉황대기에서 팀의 우승을 견인하며 ‘전국구 에이스’로 이름을 떨쳤다. KBO리그 구단들은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ML) 스카우트의 관심까지 한 몸에 받았고,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에 성공했다. 계약금만 90만 달러(당시 약 10억 원)에 달했을 만큼 기대가 컸다. 소년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한 가지를 다짐했다.
“언제, 어디서 야구를 그만둘지는 모르지만 유니폼을 벗는 시점은 내가 결정하고 싶다.”
어느새 22년이 지났다. 1998년 18세 소년이었던 송승준(40·롯데 자이언츠)은 이제 KBO리그 최고령 투수가 됐다. 비록 ML 콜업에는 실패했지만 미국에서 돌아온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간 롯데에서만 316경기에 등판해 107승83패1홀드,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했다. 윤학길(117승)에 이어 롯데 프랜차이즈 최다승 2위라는 기록이 ‘거인’ 송승준을 수식한다.
2016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롯데와 4년 총액 40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해를 끝으로 FA 계약이 끝났고, 올해 송승준은 연봉 5000만 원에 계약했다. 무려 87.5%의 삭감. 그럼에도 최근 스포츠동아와 전화 인터뷰에서 송승준은 “꿈을 이뤄가고 있어 행복하다”고 입버릇처럼 수차례 강조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구단에 백지위임했고, 그 결과를 그대로 따랐다. 외부의 우려와 달리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야구가 하고 싶은지, 돈을 벌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묻자 5초도 안돼 답이 나왔다고.
“만약 돈이 벌고 싶었다면 곧바로 유니폼을 벗고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 연봉보다는 더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배들과 함께 유니폼 입고 부대끼면서 야구하는 자체가 가장 큰 기쁨이다. 물론 내가 이승엽(KBO 홍보대사), 박찬호(은퇴) 선배처럼 엄청난 실력을 가진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타이밍과 운이 잘 맞아떨어져 내 의지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년 넘게 프로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은 실력은 물론 철저한 자기관리에 성공했다는 증거다. 송승준도 “프로 초년병 때 모두가 창대한 목표를 세우지만 그걸 이루는 선수는 많지 않다. 그렇게 보면 난 참 행복한 선수다”며 “그동안 무너지지 않고 버텨온 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