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PPL 몰래 해? 우린 대놓고 홍보한다”

입력 2020-04-2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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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방송하는 MBC 드라마 ‘꼰대 인턴’의 주연 박해진이 ‘핫닭면’ 상자 앞에 앉아 있다. 최근 드라마 제작진은 예고편으로 화제를 모은 ‘핫닭면’의 실제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 드라마·예능 속 달라진 간접광고 풍토

MBC 드라마 ‘꼰대인턴’ PPL 화제
기획 단계부터 ‘핫닭면’ 출시 준비
예능 ‘텔레그나’ 소재로 PPL 활용

연기자도, 시청자도 보기에 민망한 PPL(간접광고)은 이제 ‘안녕’이다. 연기자가 뜬금없이 브랜드 로고가 박힌 물병을 들어 마시거나 아무런 맥락 없이 안마의자에 앉아 “시원하다!” 외치는 시대는 지나갔다. 각종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이 PPL을 숨기지 않고, 심지어 소재로 활용하면서 신선함과 수익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 드라마 기획부터 ‘라면 출시’ 준비

5월 방송 예정인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은 PPL로 벌써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극중 라면 회사에 다니는 박해진이 ‘핫닭면’을 개발해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과정에서 라면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최근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 큼지막하게 나올 정도로 극중 존재감이 남다르다.

제작사이자 방송사인 MBC는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핫닭면’의 출시를 준비하기도 했다. 라면을 만들어 파는 극중 캐릭터들에 현실감을 부여할 수 있는 좋은 장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존의 라면 회사와 협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제품을 내놓고 유통한다는 게 흥미롭다. 5월 말 판매에 앞서 제품명과 라면을 상징하는 닭 캐릭터인 ‘핫닭이’의 상표권 출원까지 마쳤다.

주인공인 연기자 박해진도 제품 출시에 필요한 초상권을 제공하고 ‘핫닭이’와 광고를 찍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광고 분량은 극에 녹여내 재미를 더할 계획이다. ‘꼰대인턴’의 한 관계자는 21일 “최근 드라마들이 기획 과정에서부터 제품 출시 등 다양한 PPL을 자연스럽게 녹일 방법을 고민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 예능 소재가 된 PPL

25일 방송하는 SBS 예능프로그램 ‘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은 PPL을 아예 소재로 삼았다. 개그맨 유세윤, 양세형, 장도연 등이 기존의 제품들을 ‘대놓고’ PPL을 하는 과정을 그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중소기업들의 제품들을 홍보해 판매를 이끌고, 그 수익을 기부하기로 했다. 연출자 김정욱 PD는 21일 “시청자들이 불편해했던 PPL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면서 다양한 소재를 시도할 기회로 본다”고 밝혔다.

SBS ‘맛남의 광장’이나 KBS 2TV ‘편스토랑’도 번뜩이는 PPL로 눈길을 끈다. ‘맛남의 광장’은 전북 사과, 강릉 못난이 감자 등 홍보가 필요한 지역의 농수산물로 음식 메뉴를 개발해 실제 판매율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편스토랑’은 한 편의점 업체와 제휴해 연예인들이 개발한 메뉴가 정식 판매 상품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프로그램에 담았다. ‘이경규 마장면’ 등이 인기리에 판매됐다.

이 같은 방송가의 과감한 PPL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김정욱 PD는 “시청자들이 하나의 소재로 인식할 만큼 PPL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광고주와 방송사, 제작진도 기발한 PPL에 긍정적이라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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