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여유 생겼다” 한화 노시환, 이용규의 땀·정근우의 기를 받다

입력 2020-04-23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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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노시환. 스포츠동아DB

‘아기 독수리’ 노시환(20·한화 이글스)이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탄탄해진 몸으로 ‘프로다워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수비에선 안정감을 인정받고 있다. 2년차 내야수는 만능 카드로 도약할 수 있을까.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한화에 입단한 노시환은 시작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자연스레 개막전부터 출장하는 등 꾸준히 1군에서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결과는 91경기에서 타율 0.186, 1홈런, 13타점으로 아쉬웠다. 삼진(72개)이 볼넷(11개)에 비해 너무 많았다. 아직 프로 투수의 공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스스로도 절치부심했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 “프로 투수들의 제구는 아마추어보다 훨씬 섬세하다. 그런 부분을 안일하게 생각했다”며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다짐처럼 조금씩 1군 선배들을 상대로 이겨내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노시환은 자체 청백전 14경기에서 타율 0.302, 2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팀 내 홈런과 타점 1위다. 삼진/볼넷 비율(4.5)은 여전히 높지만 찬스마다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 성장한 지점은 수비다. 노시환은 지난해 1루수(201.2이닝), 3루수(167이닝), 유격수(60이닝) 순으로 출장했다. 안정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자리를 확실히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캠프 내내 채종국 수비코치의 곁에 붙어 타구를 받으며 약점을 지우고자 노력했고, 청백전부터 유격수로 출장하는 빈도가 서서히 늘었다. 한용덕 감독은 “(노)시환이의 수비가 정말 좋아졌다. 여유가 생겼다”며 “3루수와 유격수 어디든 문제없다. 정규시즌이 시작된 뒤 타격에서 성과만 보여준다면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노시환은 캠프 기간 ‘캡틴’ 이용규의 그림자를 자처했다. ‘자기관리의 달인’ 이용규는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다. 노시환은 애리조나에서 이용규의 룸메이트로 40일을 보냈다. 프로의 몸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지옥 같은 강도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한 뒤에도 “(이)용규 선배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웃었다.

등번호는 지난해까지 정근우가 달았던 8번이다. 정근우가 2차 드래프트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게 되자 노시환이 곧바로 8번을 달겠다고 나섰다. 노시환은 “(정)근우 선배가 지난해 정말 잘 챙겨주셨다. 선배의 기를 받아 잘해보고 싶다. ‘이글스 8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레전드’들을 흡수했다. 이용규의 땀방울과 정근우의 기를 받은 노시환은 이제 여유까지 장착했다. 아기 독수리의 비상은 한화의 2020시즌 성적을 쥔 열쇠 중 하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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