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까?” 99순위에서 개막엔트리까지, 상상조차 못했던 안권수의 기적

입력 2020-05-05 12: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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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그렇습니까?”

두산 베어스 외야수 안권수(27)는 “개막 엔트리에 들어갔다”는 말을 듣자 마자 이 같이 되물었다.

2020시즌 KBO(한국야구위원회)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99번. 뒤에서 두 번째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것부터 기적에 가까웠다. 앞서 진행한 해외파 트라이아웃에서 허리 통증으로 제대로 가치를 보여줄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더욱 놀라운 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인 체력테스트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으며 관심을 모았고, 김태형 두산 감독의 눈에 들어 호주 질롱~일본 미야자키 1군 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 등 디테일에 강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당시 김 감독은 “좋은 자질을 갖고 있다. 나이가 적지 않아 개인적으로도 승부를 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김 감독의 마음을 읽었을까. 캠프 기간 내내 모든 훈련에 전력으로 임하며 승부를 걸었다. 외야 수비 시 타구가 다른 외야수의 글러브를 맞고 나오는 위치까지 계산해 움직였을 정도다.

이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아무런 문제없이 캠프를 완주했고, 귀국 후에도 꾸준히 1군과 동행했다. 타격이 뜻대로 되지 않아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수비와 주루 등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 같은 열정도 김 감독이 결심을 굳히는 데 한몫했다.

4일 오후 KBO는 개막전 엔트리를 확정, 발표했다. 이 명단에 안권수도 있었다. 개막 엔트리를 확정한 날 새롭게 받은 등번호 23번(기존 00번)과 함께 잠실구장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게 됐다. 곧바로 연락이 닿은 그는 “정말이냐”고 되물은 뒤 “아직은 크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1군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때와 같았다. 모든 게 새롭다는 의미다. 안권수의 부친인 안용치 씨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와세다실업고 시절 유망주로 각광을 받았지만, 지난해까지 프로 무대는 꿈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1군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일본 사회인리그와 독립리그에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다. 27세 신인의 본격적인 스토리는 이제 시작이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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