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홈런으로 코로나19 날려주세요!” 마침내 KBO리그가 돌아왔다

입력 2020-05-05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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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 스포츠동아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야속한 봄비도, 갑작스러운 화재도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야구의 기지개를 막지 못했다. 마침내, KBO리그가 돌아왔다.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가 5일 5개 구장에서 개막 팡파르를 울렸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예정된 3월 28일보다 38일 늦은 시작이다.

해프닝도 있었다. 수원 롯데 자이언츠-KT 위즈전은 비 때문에 1시간13분 지연 개시됐고, 광주 키움 히어로즈-KIA 타이거즈전은 4회 도중 인근 화재로 인한 연기유입으로 17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야구가 돌아왔기에 웃어넘길 수 있는 소동이었다.

●국내외 눈길이 KBO리그 개막에 쏠리다!

KBO리그 개막은 더는 리그 구성원만의 몫이 아니었다. 정부에서부터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어린이날임에도 평소와 달리 다양한 행사가 열리지 못해 많은 아이들이 실망하겠지만, 프로야구가 무관중으로 개막되는 만큼 가정에서도 가족간 마음 속 거리를 좁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화 이글스-SK 와이번스의 공식 개막전이 열린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찾아 “KBO리그는 전 세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경기 내용과 방역 대응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향후 방역 상황 평가를 토대로 단계적 관중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바다 건너에서도 KBO리그 개막이 화두였다. 미국 최대 스포츠채널 ESPN은 KBO리그 중계권을 따내 이날 대구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전을 생중계했다. 이날 5개 구장에는 AP, 로이터, LA 타임스, NHK는 물론 알자지라까지 취재를 오는 등 외신 기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잠실구장을 찾은 니혼TV 서울특파원 아마가사키 다쿠로는 “한국야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보고 싶어 왔다. 운영이 정말 잘되는 것 같다”고 감탄했다.

●“코로나19를 홈런으로 날려주세요!”

KBO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개막전을 포함한 시즌 초반 일정을 무관중으로 진행한다. 광주에선 아쉬움을 삼키지 못한 일부 팬들이 외야 담장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구단들도 겨우내 야구 갈증에 시달린 팬들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KT는 5G 통신기술을 활용해 300명의 팬들과 함께 화상 응원전을 펼쳤고, SK는 홈구장 외야에 채소 무 캐릭터가 그려진 플래카드를 설치했다. 무관중에서 따온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개막일이 어린이날임을 활용한 구단도 있었다. 잠실에선 ‘엘린이(LG 트윈스 어린이 팬)’ 3명의 시구영상을, 광주에선 어린이 팬들의 애국가 제창을 상영했다. 수원에선 KT 팬 이라온 군(8)이 워킹볼 안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시구를 마친 이 군은 “선수들이 코로나19를 홈런으로 날려줬으면 좋겠다”는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야구는 5일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전 세계에 시원한 홈런 같은 짜릿함을 선사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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