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악몽 깬 NC 나성범, 두 가지 꿈 향한 성공적 첫 발

입력 2020-05-06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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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1년 전 어린이날, 수술대 위에 올랐다.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이날 가족에게 느꼈던 미안함은 지옥 같은 재활을 버틴 원동력이었다. 정확히 1년 뒤 다시 어린이날, 팀을 승리로 이끄는 홈런을 때려내며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지웠다. 나성범(31·NC 다이노스)은 두 가지 꿈을 향한 첫 발을 상쾌하게 내딛었다.

나성범은 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0시즌 개막전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4회 선제 결승포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370일만의 손맛이었다. NC도 삼성을 4-0으로 꺾고 역대 최다 타이인 개막전 5연승을 질주했다.

아픔을 씻어버리는 한 방이었다. 나성범은 지난해 5월 3일 창원 KIA 타이거즈전서 주루플레이 도중 오른 무릎 전방십자인대 및 연골판 파열 부상을 입었다. 이틀 뒤인 5일 수술대에 올랐다. 나성범이 부상을 당하는 날 창원NC파크에는 아들 정재 군(6)이 있었다. 나성범은 부상 이후 야구장에 발길을 끊은 아들에게 미안함을 안고 있었고, 정확히 1년 뒤 그 아픔을 털어버렸다. 경기 후 “수술 1년째 되는 날이라 더 집중해 좋은 결과를 내고자했다. 오랜만의 출장이었는데 기다려준 팬들에게 더 강해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고 밝힌 데서도 지난 1년의 아픔이 묻어난다.

기분 좋은 출발이다. 나성범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주위에서 우리를 두고 ‘우승 적기’라고 표현하는데 나만 잘하면 가능할 것 같다”며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구단 내부에서도 ‘건강한 나성범’의 존재를 우승 동력으로 꼽는다. 아직은 지명타자로만 출장하지만 연습경기 막판에는 적극적인 슬라이딩도 선보였다. 이동욱 감독 또한 “주루와 수비를 하는 나성범을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팀의 목표를 달성한다면 개인의 꿈도 성큼 다가올 전망이다. 나성범은 프로 데뷔 직후부터 메이저리그(ML) 진출에 대한 희망을 품어왔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당시 ML 스카우트들이 나성범을 관찰하기 위해 훈련장에 운집하기도 했다.

성공적 방역을 바탕으로 개막한 KBO리그에 외신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호재다. 야후스포츠, 베이스볼아메리카 등은 KBO리그에서 주목할 선수로 나성범을 첫 손에 꼽았다. 미국 최대 스포츠채널 ESPN에서 KBO리그 경기를 생중계하는 것 역시 반가운 소식이다. 개막전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꿈에 가까워질 수 있다. 출발은 나쁘지 않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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