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없다!’ 야구 천재 이정후의 시즌 초반 무서운 질주

입력 2020-05-12 2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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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시즌 초반에 그렇게 안 좋은 건 처음이었어요.”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2)는 2019시즌 초반을 떠올리면 아쉬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데뷔 당시부터 ‘바람의 손자’라는 타이틀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야구인 2세. 그해 신인왕을 획득했고, 이듬해에는 타격왕에 도전했을 만큼 매해 무서운 타격감을 자랑했다.

‘2년차 징크스’조차 가볍게 넘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상이었다. 2018년 포스트시즌에서 당한 어깨 부상이 2019시즌을 준비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겨울을 온전히 준비하지 못한 탓에 지난해 시즌 초반 그의 방망이는 차갑게 식어있었다.

3월 8경기에서 타율 0.226, 1타점, 4득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자 그는 큰 충격에 빠졌다. 데뷔 후 처음 맞은 ‘슬럼프’였다.

주사 한 방을 일찍 맞았던 이유에서일까. 이정후는 바닥을 찍고 다시 일어섰다. 4월부터 물오른 타격감을 뽐내며 타율을 점차 끌어올렸다. 기어코 타율 0.336, 68타점, 91득점, 193안타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슬럼프를 스스로 뛰어넘었다.

마무리는 좋았지만, 좋지 않은 출발이었기에 이정후가 2020시즌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스프링캠프 전부터 “타격왕과 200안타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야심 차게 새 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마치 ‘두 번은 없다!’라고 자신 있게 외치듯 2020시즌 초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경기당 1타점을 올리며 3번타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이정후는 1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전에 3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출장했다. 4타수 1안타 1타점의 활약. 기록만 놓고 보면 약간 부족함을 느낄 법하지만 1안타 1타점이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나왔다.

앞선 두 타석을 범타로 물러난 그는 1-1로 팽팽히 맞선 6회 무사 2루 찬스서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삼성의 에이스인 벤 라이블리. 이정후는 3B-1S까지 침착히 볼을 골라내며 자신에게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다.

라이블리의 5구째 공은 낮게 제구돼 타자가 치기 어려운 코스로 들어왔다. 그러나 이정후는 이 공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제대로 받아쳤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2루주자 김하성을 불러들이며 팽팽했던 균형을 무너뜨렸다. 이정후의 이 타점으로 탄력을 받은 키움은 7회에 1점을 보태 최종 스코어 3-2로 삼성을 꺾었다.

이정후는 올 시즌 7번째 출전 경기에서 7번째 타점을 뽑았다. 키움은 해결사 능력까지 장착한 이정후의 결승타를 앞세워 4연승을 내달리며 ‘V1’을 향한 힘찬 행보를 이어갔다.

고척|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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