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F.L.E.X] 두산 안권수의 진심 “가장 나다웠던 프로 첫 안타, 앞으로도 내 스타일로”

입력 2020-05-13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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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안권수. 스포츠동아DB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때도, 개막 엔트리에 진입했을 때도 “기적”이라고 했다. 스스로의 말이다. 쉽사리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이기 때문이다.

KBO리그에 입성한 과정부터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케 했다. 지난해 8월 열린 2020 신인드래프트에 앞서 진행된 해외파 트라이아웃에선 허리 부상으로 제 기량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당연히 지명이 어렵다고 판단해 드래프트 현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가 2차 10라운드(전체 99번)에 그의 이름을 호명한 것 자체만으로 기적에 가까웠다.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한 뒤에도 독립리그에서 꿈을 놓지 않은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실타래 하나가 풀리자 나머지는 순조로웠다. 신인 체력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눈도장을 받았고, 스프링캠프 기간에도 수비와 주루를 비롯한 디테일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훈련 하나하나를 허투루 하지 않는 성실함까지 인정받아 귀국 후에도 꾸준히 1군과 동행했다. 프로 데뷔 첫 안타라는 이정표를 세우기 위한 과정이었다. 두산 외야수 안권수(27) 얘기다.

다소 늦은 나이에 프로무대를 밟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기에 지금의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12일까지 팀이 치른 6경기에 모두 출장한 것은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을 앞두고 타격 컨디션 저하로 자신감이 떨어졌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타격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내 강점인 수비와 주루에서 힘을 보태고 싶다”던 다짐을 실천으로 옮기니 그만큼 마음도 편해졌다.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데뷔 첫 안타를 5경기 만에 신고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 순간도 안권수다웠다. 10일 잠실 KT 위즈전. 주전 우익수 박건우가 허벅지에 경미한 통증을 호소해 4회초부터 대수비로 나섰고, 이어진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기습번트 안타를 만들어냈다. 절묘한 번트 방향과 빠른 발, 안권수의 무기가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안권수는 이 순간을 돌아보며 “번트안타는 가장 나다운 안타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어진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3점홈런 때 홈을 밟으며 데뷔 첫 득점을 완성했다. 다음 타석에선 깨끗한 우전안타로 콘택트 능력까지 뽐냈다. 연장 11회말 대타 김인태로 교체되기 전까지 그라운드를 지켰고, 팀도 13-12로 승리했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는 하루였다.

일본 야구전문매체 풀카운트 등은 안권수의 활약을 조명했고, 김태형 두산 감독도 “앞으로 (안권수의) 쓰임새가 더 많을 것”이라며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 기용폭이 넓은 선수라 감독으로서 운용하기가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목표는 소박하다. “1군에서 최대한 많이 뛰고 싶다”던 애초 바람대로 많은 기회를 받고 있지만 조금도 들뜨지 않는다. 그저 “앞으로도 나답게, 내 스타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을 뿐이다. 숨은 보석을 알아본 두산 구단과 누구보다 기회가 간절했던 안권수의 의기투합이 KBO리그에 또 하나의 스토리를 선물한 듯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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