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부부의 세계’와 ‘롯데의 새로운 안방’ 이야기

입력 2020-05-13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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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선수단.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흔히들 투수와 포수를 부부사이와 같은 관계로 표현한다. 18.44m의 거리에서 은밀한 사인 교환을 통해 상대 타자를 요리하는 다른 인격체의 두 사람에게는 누구보다 긴밀한 호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묘사하는 것처럼 모든 부부사이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어떤 각도로, 누구의 시선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뻔했던 얘기가 전혀 새로운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야구도 그렇다. 매일 보는 경기지만 포인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항상 얘기는 새롭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같은 20세기 야구에도 막장드라마 같은 부부의 세계가 많았다. 인천 도원구장 본부석의 미로 속에서 어느 팀 베테랑 포수가 공수교체 때 자신의 사인대로 던지지 않았다고 어린 투수를 때리던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투수는 훗날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됐다.

어느 팀 배터리는 경기장 밖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도박을 하다 서로 의가 상해 방망이를 들고 싸우는 바람에 경찰까지 출동했다. 또 다른 배터리는 경기 때도, 경기장 밖에서도 죽이 잘 맞았지만, 어느 날 선배인 포수가 배신을 했다. 팀이 초반에 크게 앞서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상대팀 타자에게 사인을 알려줬다. 하필 그 타자는 3점 홈런을 때렸다. 결국 후배투수의 승리는 날아갔다.

외국인선수가 KBO리그에 들어오면서 배터리에게는 새로운 관계정립이 필요해졌다. 물론 주도권은 여전히 9명의 야수 중 유일하게 반대편을 바라보는 포수, 부부로 치자면 아내에게 있다. 또 우승팀에는 항상 좋은 포수가 있었다. 1983년 해태 타이거즈와 1999년 현대 유니콘스가 대표적이다. 재일동포인 김무종, 쌍방울 레이더스 소속이던 박경완을 영입한 두 팀은 ‘왕조’를 건설할 수 있었다.

물론 포수가 모든 것을 다 하지는 않는다.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던 포수 조지마 겐지가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을 때다. 베테랑투수 제이미 모이어에게 포수의 리드를 말했다가 “저리 꺼지고 내가 던진 공이나 받아”라고 면박을 당했던 일화가 있다. 메이저리그 수많은 타자의 특징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베테랑에게 감히 루키가 리드를 말하자 건방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리드는 주도권으로 해석될 수 있고,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의 문화 차이만큼이나 투·포수 사이의 관계에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요즘 롯데 자이언츠가 잘 나간다. 성적이 좋은 팀에는 항상 얘깃거리가 넘쳐난다. 시즌 내내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다만 여러 승리요인 중 지금 롯데의 안방도 주목해볼 만하다. 허문회 감독은 팀의 중요한 투수자원인 장시환을 내주고 한화에서 데려온 포수 지성준을 개막 엔트리에서 빼면서 정보근과 김준태를 쓰고 있다. 두 포수 모두 수비에 더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공격형 포수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떠난 뒤 허전했던 안방에 새 얼굴이 등장하면서 롯데의 야구도 달라졌다. 그것이 우연인지, 새로운 부부의 세계가 만들어낸 성공사례의 시작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기억해보면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1984년에는 한문연이라는 명포수가 최동원과 함께 했고, 1992년에는 염종석~윤학길~박동희를 도와준 김선일이 안방을 지켰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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