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축구협회 원창호 심판위원장 “심판이 경기에 피해줘선 안돼…선수와 거리두기는 당연”

입력 2020-05-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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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세계축구계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10일 열린 K리그2 충남아산-부천FC전에선 부천 외국인 공격수 바이아노가 그라운드에 넘어졌다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주심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외면’을 받았다. 무관중 경기(사진)와 더불어 코로나19가 바꾼 축구장의 새로운 풍경이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2020시즌 K리그 개막전은 여러모로 이슈였다. 이동국(전북 현대)의 ‘덕분에’ 세리머니나 조재완(강원FC)의 환상적인 힐 킥이 주목 받았다. 또 하나, 주심의 ‘거리두기’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10일 열린 K리그2(2부) 충남아산과 부천FC의 경기에서 부천 외국인 공격수 바이아노가 그라운드에 넘어졌다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최광호 주심에게 손을 뻗는 장면이 앵글에 잡혔다. 평소 같으면 손을 잡아 줄만도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주심은 가만히 선 채 스스로 일어날 것을 주문했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주심이 선수와 비접촉을 유지했다. 한국에선 이미 뉴 노멀(새로운 표준) 시대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원창호 심판위원장은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그 장면이 그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면서 “최광호 주심이 너무 잘 대처해 우리 심판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원래 선수가 넘어지면 일으켜주는 게 맞다. 선수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더라도 주심이 도움을 줘야한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이젠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개막 이전 연습경기 때부터 주심들에게 가급적이면 선수들과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라는 지침을 내려 대비했다. 최광호 주심이 무심코 손을 내밀 수도 있었지만 정말 대처를 잘 했다”며 거듭 칭찬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심판 매뉴얼도 꼼꼼하게 짜여졌다. 그라운드에선 침 뱉기나 대화, 신체접촉 등이 금지된다. 물도 따로 마신다. 대기심은 마스크를 쓴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엄격하다. 원 위원장은 “경기를 앞두고 심판들의 몸 상태 체크와 보고가 계속 이어진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무조건 배정을 바꾼다”면서 “심판 때문에 경기가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창호 심판위원장. 사진제공|KFA


올해 K리그의 심판 관리 주체가 프로축구연맹에서 대한축구협회로 바뀌었다. ‘심판 관리는 각국 협회가 독점적 권한을 갖고 행사해야 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심판 선발과 교육, 배정, 평가 등 모든 것을 협회가 책임진다. 원 위원장은 “부담감이 컸다”면서도 “첫 경기를 생각보다 잘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사상 첫 무관중 개막은 선수들에겐 낯설었다. 그렇다면 심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원 위원장은 “개막전에 나선 심판들에게 물어보니 생소하다고 하더라. 익숙했던 북소리나 확성기, 관중 함성이 없어 어색했고, 흥이 나지 않았던 모양이다”고 말했다. 이어 “관중이 없어 심판 입장에선 정신적인 압박감이 덜해진 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 달라진 것 중 하나가 VAR(비디오판독) 전담 심판을 신설한 것이다. 2017년 K리그에 처음 도입된 VAR이 빠르게 정착되고 있지만 전문성을 더 높여야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작년 VAR 판독 오심은 16회였다. 50% 이상 줄이는 것이 올해 목표다. 원 위원장은 “VAR로 판정이 번복됐다고 해서 심판에게 출전정지 등의 페널티를 주지는 않는다. VAR은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기 때문에 판정 정정이 큰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VAR을 했는데도 오심이 나오는 건 용납 안 된다. 강한 페널티를 줄 예정이다”고 밝혔다. K리그 개막 라운드에서는 뚜렷한 오심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최근 우려를 낳고 있는 게 심판 배정 방식이다. 협회는 1주일 전에 심판을 배정하고, 3일 전에 최종 명단을 공개한다. 지난해까지는 심판들이 거점 숙소에 모여 경기 하루 전이나 당일에 배정 받았다. 이번 결정으로 승부조작 등 불행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축구가 멈춘 가운데 K리그가 개막해 불법 베팅업체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원 위원장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평가보고서를 심판 스스로 쓰게 하고, 영상 분석팀의 인력을 늘려 세밀하고 분석하며, 평가위원회의 엄정한 심사를 거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방향이 심판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는 “구단이든 제3자든 배정과 관련해 심판에게 접촉이 오면 반드시 보고하도록 했다. 이것이 발각될 경우엔 엄하게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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