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이닝 동안 27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전설의 투수를 아시나요

입력 2020-05-14 20:0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투수 혼자서 9이닝 동안 27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잡는 것이 가능할까.

만화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미국 프로야구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바로 68년 전인 1952년 5월 14일에 일어난 일이다. 내셔널 어소시에이션 소속으로 애팔라치안 리그에서 활약했던 투수 론 네시아이가 전설을 만들었다. 브리스톨 트윈스에서 뛰던 론은 마이너스와의 경기에서 누구도 상상 못할 대기록을 세웠다. 당시 론은 고작 19살의 어린 나이였다.

스토리가 더욱 극적인 것은 그날 경기를 앞두고 신경성 위궤양 증세에 시달렸다는 것. 경기 전날은 통증으로 한 잠도 자지 못한 채 등판했다. 환자인 그를 위해 이닝 도중에 약과 우유를 마운드에서 먹게 하는 배려 속에서 대기록은 나왔다. 이날 경기를 지켜보던 소수의 관중들은 론이 8회까지 24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자 9회 수비 때는 열정적으로 삼진을 원했다. 1루 파울플라이가 나오자 공을 잡으려던 포수에게 “잡지 마”라고 외쳤다. 결국 포수는 의도적으로 공을 떨어트려 실책을 기록했다. 론은 9회에도 3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대기록을 세웠다. 상상 못할 대기록은 며칠이 지나서야 뉴스의 화제가 됐다.

엄청난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를 가졌던 론은 월급 150달러를 받고 D등급의 리그에서 대기록을 세웠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고작 22세의 나이에 은퇴했다. 당시 최약체 팀이었던 피처버그는 27탈삼진 기록이 팬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생각해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에 등판시켰다. 하지만 빅 리그에서 공을 던지기에는 너무 어렸다. 너무 긴장해 마운드에서도 포수의 사인을 보지 못했다. 오직 시간과 경험만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 피처버그 구단은 여러 마이너리그에 보내며 경험을 쌓게 했지만 어깨통증과 위궤양으로 론이 야구포기를 선언해버렸다.

은퇴 이후 40여년이 지난 뒤 사업가로 성공을 거둔 론은 의사로부터 어깨 회전근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류현진이 걸렸던 그 부상이다. 현역선수생활을 마치고나서 일반인으로 평범한 생활을 하려고 수술을 받았던 전설의 투수가 또 한명 있다. 바로 최동원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