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들 대신 부천FC가 치고 나갔다. 충남아산(1-0)과 FC안양(2-1)을 차례로 꺾고 2연승(승점 6)으로 단독 선두다. 비록 초반이긴 하지만 부천의 돌풍은 예사롭지 않다.
부천 상승세의 한 가운데 수비수 김영찬(27)이 자리한다. 김영찬은 안양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장신(189cm)을 활용한 제공권 싸움은 물론이고 머리로만 2골을 넣어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수비수이면서도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 게 주효했다. 전반엔 프리킥 상황에서, 후반엔 코너킥 때 헤더로 마무리했다. 데뷔 8년차에 처음 맛보는 골 맛은 달콤했다.
방송인 이경규의 딸 예림의 남자 친구로 잘 알려진 김영찬은 선수로서는 기대만큼 꽃을 피우지 못했다. 연령별 대표선수를 거친 뒤 고려대 재학 중인 2013년 전북 현대에 입단하며 주목 받았다. 하지만 단 한경기만 뛰고는 대구FC로 임대됐다. 그렇게 임대 인생은 시작됐다. 이듬해엔 수원FC에서 뛰었다. 2015년 전북에 복귀했지만 주전경쟁은 쉽지 않았다. 다시 안양(2018년)과 수원FC(2019년)로 유랑 같은 임대를 다녔다. 올해 부천에 둥지를 틀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처음으로 완전 이적이 됐다는 점이다.
그는 소속감과 책임감을 강조했다. 개막에 앞서 김영찬은 “어느 순간부터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면서 “성장할 수 있는 팀이라는 생각으로 부천을 선택했는데, 확실시 소속감과 책임감이 생겼다”고 했다. 부천 구단 관계자도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스타일인데, 완전 이적 이후엔 확실히 소속감이 강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완전 이적 효과는 컸다. 개막전에서 무실점 승리에 큰 힘을 보탠데 이어 안양전에서 맹활약하며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경기 후 그는 “이제 나이도 중고참이다.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골에 대한 의지도 컸다”고 했다. 데뷔 골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기분 좋은 걸 숨길 수는 없었다. 그는 시즌 목표에 대해 “저를 인정해준 부천은 큰 동기가 됐다. 수비수라서 골보다는 무실점 경기를 하고 싶다. 팀을 승격시키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완전 이적과 함께 골 넣는 수비수로 거듭나고 있는 김영찬이 첫 승격을 꿈꾸는 부천의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