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투수는 무엇으로 타자와 싸우는가?

입력 2020-05-20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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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핀토. 스포츠동아DB

13일 잠실 SK 와이번스-LG 트윈스전. SK 선발투수 리카르도 핀토는 2회에만 12타자를 상대하며 8실점했다. 대량실점의 가장 큰 원인은 갑자기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한 채 스스로 무너진 투수에게 있지만, 야수 실책도 화를 키웠다. 다음날 염경엽 SK 감독은 “한국 타자들과 스트라이크존을 더 많이 경험해보라는 뜻에서 5회까지 던지게 했다. 지금은 생소한 리그에서 많은 경험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핀토는 코너워크에 너무 신경 쓰다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과 스트라이크존에 지나치게 예민했던 것을 반성했다.

1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핀토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회 11명의 타자에게 6안타를 맞고 6실점했다. 이번에도 야수들의 비협조가 아쉬웠다. 1사 2·3루서 유격수 정현의 홈송구 때 3루주자가 득점하고 나머지 주자들도 모두 사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이 때부터 핀토는 평정심을 잃은 듯했다. 평균 구속 150㎞의 빠른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 등 구위 자체는 뛰어났지만 버텨내지 못했다.

사실 KBO리그는 외국인투수들에게 적응이 쉽지 않다. 다른 리그에서 호성적을 냈더라도 스트라이크존이 다른 데다, 빠른 공에 강할뿐더러 빼어난 선구안으로 쉽게 삼진도 먹지 않는 타자들이 많아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자들과 싸우는 방법인데, 이 부분에서 핀토에게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홈플레이트 한가운데로 던져도 쉽게 난타당하지 않을 공인데 핀토는 그것을 믿지 못하고 자꾸 코너워크를 하려다 볼이 많아져서 고전한다”고 SK 구단 관계자는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투수는 쓸 데 없는 것에도 민감하다. 그래서 자기가 던진 공에 만족하지 못하면 주위에서 아무리 그 공을 칭찬해도 쉽게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투수 출신인 키움 손혁 감독은 말했다. 핀토가 KBO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우선 자신을 믿어야 할 듯하다.

또 하나 믿어야 할 사람이 있다. KBO리그처럼 좁은 스트라이크존 아래서는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가 먼저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투수 혼자 힘으로 타자들 모두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순 없다. 등 뒤에서 자신을 돕는 야수들을 믿고 던져야 피칭이 편해지는데, 이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동료들이 범실을 해도 의연하게 참고 넘기며 믿는다는 표시를 해줘야 야수들은 심기일전해 돕는다.

전설의 투수 최동원의 성공 배경에는 부친 최윤식 씨의 이런 선견지명이 있었다. 그는 아들이 경기를 잘하든 못하든 항상 야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때로는 아무도 몰래 야수들에게 용돈도 쥐여줬다. 주연을 위해 돕는 조연과 엑스트라의 노력과 희생을 잊지 않았기에 최동원은 성공했다.

투수는 타자와 싸우기에 앞서 자신과 동료 야수들을 믿어야 한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지금 핀토가 그렇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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