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 남자의 기억법’ 문가영, “대표작 경신? 욕심날까 조심”

입력 2020-05-2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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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가영. 사진제공|키이스트

■ ‘그 남자의 기억법’ 열연…14년차 배우 문가영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것엔 소신 발언
예스 걸? ‘NO’라고 말하는 연습하죠
문가영 나오면 재밌다는 말 듣고 싶어

문가영(24). 이래봬도 14년차 연기자다. 물론 한평생 연기만 해온 선배 연기자들에 비할 것이 못 되지만 10살 때 데뷔해 한 우물만 팠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또 ‘청춘스타’ 자리를 꿰차는 또래 동료들을 보면서 “왜 나는 안 될까”라고 자책했다. 그러다 연기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기록하는 것”임을 느닷없이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욕심이 사라졌다. 가려졌던 시야가 트이는 기분이었다.

데뷔 이후 38편의 작품을 거치고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을 만났다. 처음으로 지상파 방송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맡았고, “대표작 경신”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18일 서울시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가영은 “들뜨지 않고 싶다”며 웃었다. “쏟아지는 관심과 사랑을 ‘기회’로 여기는 순간 욕심이 생길 것 같아서”라고 말한다. 모든 영광을 “뭉클하고 아릿한 24세의 한 조각”으로 애써 마음에 고이 접어둔 이유이기도 하다.

배우 문가영이 출연한 MBC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사진제공|MBC


● “솔직하고 능동적인 매력 통했죠!”

문가영은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언니”로 통한다. 나이를 막론하고 그의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이 ‘따르고 싶은 언니’처럼 보인다는 의미다.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죠. 극중 스타인 여하진은 솔직하고 능동적이며, 자신만의 서사를 이끄는 힘이 있어요. 20·30세대 여성 시청자들에게 그 지점이 잘 닿아가지 않았나 싶어요. 저도 수동적인 사람은 결코 아니에요. 주변에선 ‘왜 자꾸 연기 안 하고 실제의 너를 보여주느냐’고 하던데요.(웃음)”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산 일명 ‘n번방 사건’ 등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밝히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소신발언’이요? 그저 지금 이 순간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드러낼 뿐이에요. 누군가는 저를 예민하게 볼 수도, 나중에는 후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아요. 때때로 작은 한 마디가 고민이 되기도 하죠.”

배우 문가영. 사진제공|키이스트


● “이젠 24살의 나와 친해질 때”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연기뿐이다. “연애에 대해서도 일 빼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문득 배우가 아닌 ‘인간 문가영’이 어떤 모습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요즘 저의 최대 관심사는 ‘나’예요. 어릴 적부터 ‘애어른’이란 말을 들었어요. 주변 사람에게 착한 사람이고 싶은 강박이 커 ‘예스 걸’을 자처했거든요. 철들었단 말이 칭찬인 줄만 알았죠. 이젠 그게 버겁더라고요.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걸 후회했어요.”

지난해부터는 “나와 친해지기”에 몰두하고 있다. 조금씩 “노(No)”를 말하는 연습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도 새롭게 생겼다.

“연기자로서 목표는 ‘문가영이 나오면 재미있어’라는 얘기를 듣는 거예요. 조금이나마 주변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절 더 깊게 알아가고,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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