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헛스윙 없는 타자 NC 박민우가 소환한 전설들

입력 2020-05-2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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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민우. 스포츠동아DB

연장 11회까지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진 20일 잠실 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전. 아쉽게도 NC 박민우의 흥미로운 기록 2개가 중단됐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4번째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로 무려 51타석 동안 없었던 삼진을 먹었다. 3회 스트라이크 초구를 흘려보낸 뒤 2구째 배트를 뒤로 빼다 체크스윙처럼 되면서 파울. 이날 8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을 정도로 구위가 무시무시했던 두산 선발 크리스 플렉센은 에둘러 가지 않고 3구째 바깥쪽을 과감하게 공략해 박민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2타석째 만에 삼진을 기록한 박민우는 6회 볼카운트 2B-1S서 헛스윙을 했다. 이는 5일 개막전 7회 삼진을 당할 때 이후 무려 52타석, 130개의 스트라이크 만에 나온 헛스윙이었다.

아직 시즌 초반임에도 박민우는 장타와 더불어 삼진도 많은 최근의 흐름에 역행하는 야구를 하고 있다. 삼진, 헛스윙과 관련해 2020시즌을 마쳤을 때 얼마나 놀라운 기록을 세울지 궁금하다.

‘스몰볼’이 트렌드였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선구안이 좋아 삼진을 쉽게 당하지 않고 안타를 잘 치는 타자들을 향한 찬사가 있었다. 대표적 표현이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치는 타자’다. 고인이 된 장효조가 동료, 선·후배들로부터 자주 듣던 얘기다. 장효조는 선구안에 남다른 자부심도 갖고 있었다. “장효조가 치지 않으면 무조건 볼”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무표정하려고 노력했던 얼굴에 가끔씩 웃음기가 서리곤 했다.

하지만 때때로 기억과 기록은 다른 말을 한다. KBO리그에서 기준 타석을 소화한 많은 선수들 중 삼진을 가장 적게 당한 타자는 장효조가 아니라 김일권이다. 3196타석에서 삼진이 187개로, 삼진비율로는 5.9%였다. 반면 장효조는 통산 3632타석에서 삼진 289개(8.0%)를 기록했다. 김일권은 1988년 태평양 돌핀스 유니폼을 입고 343타석에서 8개의 삼진만 기록했다. 삼진비율 2.3%는 역대 KBO리그 한 시즌 최저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선 1925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조 시웰이 대표적이다. 시즌 699타석에서 4개의 삼진을 먹었다. 삼진비율은 고작 0.6%다. 시웰은 메이저리그 통산 8333타석에서 삼진이 114개(1.4%)에 불과했다.

삼진을 피하려면 무엇보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단하는 눈이 좋아야 하고, 움직이는 목표물을 정확히 맞히는 스윙을 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식 표현인 ‘Hand Eye Coordination(눈과 손의 연결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21세기 야구는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시즌 전체 타자들의 삼진비율은 2014년부터 20%를 넘어섰다. KBO리그는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8.5%~16.9%~17.6%~18.7%~17.2%다. 2018시즌에는 역대 KBO리그에서 삼진비율이 가장 높았다. 2020시즌은 20일 현재 18.2%다.

삼진과 홈런 비율로 따졌을 때 역대 메이저리그 타자들 중 가장 뛰어난 선수는 조 디마지오다. 통산 홈런은 361개, 삼진은 369개다. 사이먼&가펑클의 노래 ‘미세스 로빈슨’의 가사에도 등장하는 디마지오는 1941년 56연속경기안타 기록을 세웠는데, 그해 30홈런을 치는 동안 삼진은 고작 13개만 당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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