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윌리엄스’ 통역 KIA 구기환 “사람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

입력 2020-05-22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IA 구기환 통역 코치는 맷 윌리엄스 감독의 통역을 맡고 있다. 과거 오승환(삼성)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 통역을 맡기도 했던 그는 활발한 성격과 훌륭한 언어능력 덕분에 미국 매체들의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관중석에서 포즈를 잡은 구 코치. 광주|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통역’은 단순히 언어에만 능통해선 할 수 없는 일이다. 해당 분야의 업무를 정확히 이해하고, 의사소통을 원하는 사람이 상대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어 하는지 순간적으로 잘 파악해야 한다.

‘기생충’ 신드롬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의 옆에는 샤론 최라는 훌륭한 통역사가 있었다. 봉 감독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 세계에 매력적으로 전달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는 샤론 최가 훌륭한 언어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영화라는 예술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라운드 위의 땀과 열정으로 전 세계가 하나 되는 스포츠에도 통역사들의 일은 많다. 그리고 이 속에서도 연결고리 역할을 유독 훌륭하게 해내는 이들이 있다.

메이저리그에 이어 KBO리그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 구기환 통역 코치(34)는 그렇다. 구 코치는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맷 윌리엄스 신임 감독의 통역을 맡고 있는데, 과거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 통역을 맡았었다. 활발한 성격과 훌륭한 언어능력 덕분에 ESPN을 비롯한 미국 매체들의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구 코치는 “오승환 선수 통역을 했을 때 운 좋게도 많은 외신이 나를 좋게 봐줬다. 공교롭게도 메이저리그 출신의 윌리엄스 감독이 현재 우리 팀 감독을 맡고 있고, 또 내가 그 옆에 있다 보니 다시 주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감독(오른쪽)과 구기환 통역 코치가 2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광주|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구 코치는 미국 신시내티에서 태어나 7세 때 한국으로 왔다. 초·중·고교를 한국에서 다녔고, 성인이 된 뒤에는 다시 미국에서 공부를 하며 대학교를 졸업했다. 특이하게도 미국 국적자임에도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구 코치는 “초·중·고등학교를 국내에서 다녔고, 그때 사귄 친구들이 모두 군대를 갔다. 군 복무는 나에게도 ‘당연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군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직까지도 연락을 한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분명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통역 일을 시작한 계기로는 “오승환 선수 에이전트 업무를 보는 회사의 대표가 예전에 인턴 업무를 했던 회사의 상사였다. 미국 진출 후 입단식을 도와줄 수 있냐는 문의가 왔고, 나는 당연히 돕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 카디널스 관계자가 ‘혹시 통역 일을 계속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하더라. 스포츠쪽 진로를 생각하고 있던 상황이라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도전했다”고 말했다.

통역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사람을 먼저 이해하는 것”을 들었다. 구 코치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100% 이상을 쏟아내 결과를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조금만 전달을 잘못하면 그 사람들의 100% 노력에 흠이 갈 수 있다. 먼저 그 사람을 이해하고 상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