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과 박성현의 진검승부, ‘최고의 시나리오’ 무승부로 마무리

입력 2020-05-24 1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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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왼쪽)-박성현. 사진제공|현대카드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과 3위 박성현(27·이상 솔레어)의 사상 첫 매치플레이 ‘맞짱 승부’. 스킨(상금)을 가져간 홀 수에서 우열이 살짝 갈리긴 했지만 상금도 똑같았다. 둘의 자존심 대결은 결국 무승부로 끝이 났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지배하는 ‘한국인 골프 여왕’들의 맞대결, 둘 모두 승자였다. 24일 인천 중구의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에서 둘은 총 상금 1억 원을 나란히 5000만 원씩 가져갔다.

세계적 관심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무관중으로 진행된 맞대결을 앞두고 두 선수는 좋은 취지의 대회인 만큼 덕담을 주고받았다. 고진영은 “상금은 반반씩 나눠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 말을 들은 박성현도 기다렸다는 듯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했다. 이들의 바람대로 최고의 결과가 나왔다. 둘 모두 경기 후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 행복한 하루였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맞대결은 매 홀마다 타수가 낮은 선수가 해당 홀의 상금을 가져가는 스킨스게임 매치플레이로 진행됐다. 각 홀에서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상금은 다음 홀로 이월됐다. 지정 홀 상금 총 8000만 원에 선수가 각 한 번씩 특정 홀에 1000만 원의 추가 상금을 거는 ‘찬스’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총 18개 홀 중 고진영이 6홀에서, 박성현이 7홀에서 우위를 보였고 5홀에서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스킨 수에선 고진영(10홀)이 박성현(8홀)을 조금 앞섰다.

고진영과 박성현은 각각 확보한 5000만 원의 상금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밀알복지재단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후원회에 기부한다.

코로나19로 한국을 제외한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리그가 중단된 가운데 세계랭킹 1위와 3위의 맞대결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골프월드’는 “세계랭킹 톱3 중 2명이 자선기금 마련을 위해 맞붙는다”고 주목했고, ‘골프채널’은 “한국에서 록스타 대접을 받는 두 선수가 대단한 이벤트를 벌인다”고 평가했다.

1차 승부처는 직전 홀에서 이월된 박성현의 찬스 상금 1000만 원에 3개 홀의 상금이 누적돼 총 2400만 원이 걸린 13번 홀(파4)이었다. 먼저 박성현의 버디 퍼트가 아쉽게 홀을 지나친 가운데 고진영의 정교함이 빛을 발했다. 약 2.5m 거리 정도의 만만치 않은 버디 퍼트에 성공하면서 기존 1600만 원에 2400만 원을 보태 단숨에 4000만 원 상금을 확보했다.

2차 승부처는 전 홀 상금에 고진영의 ‘1000만 원 찬스’까지 보태져 총 상금 2600만 원이 걸린 165m짜리 17번 홀(파3). 이번에는 박성현이 힘을 냈다. 나란히 온그린에 성공한 뒤 고진영의 버디 퍼트가 아쉽게 실패하자, 박성현은 기다렸다는 듯 5m가 넘는 중거리 퍼트를 떨어뜨리며 단숨에 2600만 원을 보태 먼저 5000만 원을 확보했다. 패배 위기에 처한 고진영은 1000만 원이 걸린 18번 홀(파4)에서 짜릿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마침내 상금 5000만 원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거짓말 같은 ‘최고의 결과’를 완성했다.

인천|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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