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 2위…창단 이래 수비가 강한 적 없던 롯데의 반전

입력 2020-05-25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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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마차도(왼쪽)-안치홍. 스포츠동아DB

원년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역사상 팀 컬러가 수비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때도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의 ‘노 피어’ 타선, 양승호 전 감독의 ‘양떼 야구’ 불펜이 원동력이었다. 그런 롯데의 올해 콘셉트는 수비다. 롯데 팬들은 낯선 변화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KBO리그에는 아직 수비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많지 않다. 수비효율(DER·Defensive Efficiency Ratio)은 그 잣대 중 하나다. DER은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처리한 비율을 나타내는 숫자다. 25일까지 올 시즌 이 부문 1위는 NC 다이노스(0.731)다. NC는 1군 진입 첫해였던 2013년부터 이동욱 당시 수비코치(현 감독)의 지도력을 앞세워 4년 연속 이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해왔다.

그 바로 아래에 롯데(0.686)가 있다. 상전벽해다. 지난해 롯데의 DER은 0.660으로 최하위였다. ‘투고타저’의 흐름으로 지난해 대부분 팀들의 DER이 상승한 와중에도 롯데만은 예외였다. 하지만 올해 롯데는 타 팀들이 DER 하락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유히 반등에 성공했다. 익명을 요청한 원로야구인은 “롯데 수비가 이렇게 좋았던 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감탄한다.

센터라인 보강에 성공한 것이 원동력이다. 키스톤콤비 딕슨 마차도와 안치홍은 새 얼굴이다. 이들은 큰 실책 없이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포수 정보근도 타격보다는 수비에 방점을 찍은 선수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라며 정보근의 기용 이유를 설명했다. 롯데는 지난주 2승4패로 버텨냈는데 팀 홈런은 0개였다. 홈런 없이도 이기는 팀이 됐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증명한 셈이다.

적극적 수비시프트도 원인 중 하나다. 허 감독은 박종호 수석코치에게 시프트 대부분을 맡긴다. 극단적 좌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 유격수 마차도가 정위치에 있고, 3루수 한동희가 2루수~유격수 사이에 위치한다. 파격은 통계에 대한 확신, 그리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수비에는 슬럼프가 없다. 롯데의 달라진 팀 컬러가 돋보이는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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