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부의 세계’ 한소희, “불륜녀 그만…풋풋한 로맨스 연기 하고싶어”

입력 2020-05-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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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소희. 사진제공|나인아토엔터테인먼트

■ 화제 속 종영한 ‘부부의 세계’ 여다경 역 열연 한소희

“밖에만 나가면 사람들 원망…감사한 관심
김희애 선배님의 장점을 흡수하려고 노력
과거 문신·흡연 논란? 그 때도 지금도 나”

“너 꼭 그래야만 했니!”

연기자 한소희(이소희·26)는 요즘 음식점에 가도, 카페에 들러도 마주치는 이들로부터 ‘원망’을 듣기 바쁘다. 친할머니마저도 “도대체 왜 그랬냐”고 물을 정도다. 모두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덕분(?)이다. 극중 불륜을 저질러도 당당한 여다경 캐릭터를 맡은 순간부터 이런 반응을 예상 못한 건 아니었지만,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함께 분노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시청자들에게서 비록 거하게 욕을 얻어먹을지언정, 한소희에게는 “감사한 관심”이다. 시청률 28.4%(닐슨코리아)를 찍을 만큼 ‘신드롬급’ 인기를 끈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아로새긴 기회가 됐다. 그래서 그는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 데뷔 3년…‘시청률 대박’만 3편!

2017년 데뷔해 연기를 한 지 이제 3년째다. 그동안 5편의 장편드라마에 출연했다. 그 가운데 MBC ‘돈꽃’(2017), tvN ‘백일의 낭군님’(2018), ‘부부의 세계’가 포상휴가를 논할 만큼 좋은 성적을 거뒀다. 돌이켜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겸손해 한다.

그렇게 3년간 현장에서 수많은 선배 연기자들을 만났다. 그러는 동안 “스스로 무력하게 느낀 적이 수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책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여다경 역의 배우 한소희. 사진제공|JTBC


“이미숙(‘돈꽃’), 김희애 선배님 등 베테랑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추면 상대적 박탈감이 들기 마련이에요. 그걸로 스스로를 채찍질했죠. 동시에 어떻게든 모든 좋은 것들을 내 안에 흡수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그게 저만의 강점이 아닐까 싶어요. 캐릭터이든, 현장에서 얻는 조언이든 빠르게 빨아들이거든요. 작품으로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공교롭게도 데뷔 이후 재벌가 상속자의 불륜녀(‘돈꽃’), 외도로 회임한 세자빈(‘백일의 낭군님’)처럼 ‘금지된 사랑’을 주로 표현했다. “제가 그렇게 사연 있어 보이나요?”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말 그대로 ‘평범하지 않은’ 인상인가 봐요. 연달아 ‘내연녀’ 같은,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언뜻 비슷해 보이는 설정을 다르게 표현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래도 이젠 그만!(웃음) 다음엔 꼭 평범하게 사랑의 결실을 맺는, 풋풋한 로맨스를 해보고 싶어요.”


● “쏟아지는 이목, 부담스럽긴 하지만…”

고등학생 때까지 경남 울산에서 살다 졸업 후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를 아르바이트로 꽉 채워 사는 ‘생계형 알바생’”이었다. 2016년 무렵 우연히 쇼핑몰 모델로 나섰다가 뒤늦게 연기의 꿈을 찾았다.

“좋아하는 색깔조차 모른 채 일만 했어요. 꿈이 다 뭐에요. 앞치마 갈아입고 카운터 앞에 서기 바빴죠. 모델 일을 하면서 비로소 내게도 ‘취향’이란 게 있다는 걸 알았어요.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연기가 하고 싶어졌죠. 그리고선 인생이 확 바뀌었어요. 그때를 되새기면 왜 연기를 하고 싶은지 더욱 명확해져요. 그 시절은 제게 ‘초심’과도 같아요.”

배우 한소희. 사진제공|나인아토엔터테인먼트


어딘지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엉뚱하고 농담도 잘 하는 ‘장난꾸러기’다. 온라인상에는 장난기 넘치는 일상 사진이나 지인과 나눈 위트 넘치는 문자 메시지들이 ‘실제 여다경’이란 제목으로 올라오곤 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망설이지 않는다. 데뷔 전부터 본명으로 운영한 블로그에는 다양한 생각을 솔직하게 적는다. 최근에는 팔뚝에 커다랗게 새긴 문신과 흡연을 하는 모습이 담긴 과거 사진으로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모았다.

“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20대 여성이에요. 친구들과 맛집 찾아다니면서 수다 떠는 거 좋아하고, 생활비와 내년을 걱정하고요. (문신·흡연 등이 담긴 사진을 찍은)그때도, 지금도 모두 ‘나’에요. 단지 시청자나 팬들에게 저 역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 가운데 한 사람이란 걸 말하고 싶은 거예요. 대중이 그런 제 마음에 공감을 느끼는 것 아닐까요?” 이제 자신에게 조금씩 쏟아지는 이목을 실감한다. “부담감과 함께 더 만족시켜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공존”한다. 그럴수록 겸손함을 더욱 마음 깊이 새긴다. 이른바 ‘스타병’은 딴 세상 이야기다.

“사실 앞으로가 걱정이에요. 이제 시작이니까요. 천천히, 튼튼하게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기초공사’ 열심히 해놓겠습니다. 오만방자하지 않고요. 하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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